정부의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 선정을 앞두고 관련 지자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의 철도 지하화 선도 사업 신청서를 취합해 연말께 선도사업 대상 지역을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수도권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정부 지원 없이 지자체가 철도 지하화 사업성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한 만큼 국비 지원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3일 국토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국토부는 25일까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 신청 접수를 진행한다. 이후 사업 대상지 선정 작업에 착수해 12월에 선도 사업지를 선정한다. 수도권에선 이날 철도 지하화 사업 계획을 발표한 서울시와 함께 인천과 경기도 역시 철도 지하화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안산선과 경인선, 경부선 등 3개 노선 중 일부 구간을 선도사업으로 신청한다고 밝혔다. 3개 노선 모두 경기지역을 지나는 주요 지상철도 구간이다. 안산선은 안산역∼한대역앞 5.1㎞ 구간, 경인선은 역곡역∼송내역 6.6㎞ 구간이다. 경기지역 내 경부선 구간은 석수역∼당정역 총 12.4㎞ 노선이다. 인천 역시 인천 도심을 가로지르는 경인선 구간 지하화를 수도권 지자체와 공동으로 지하화를 추진한다.
특히 경기도는 약 360㎞ 규모의 철도가 지상을 지나는 만큼 철도로 단절된 도심 기능 활성화를 위한 지하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상반기 경기도청은 철도 지하화 사업 추진에 대비해 ‘철도 지하화 정책기술자문단’을 구성했다. 철도와 교통, 건축, 도시 전문가단을 꾸려 지하화 사업과 함께 상부 공간 개발 구상 등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조직이다. 정부 철도 지하화 사업이 서울 일변도로 흐르는 것을 막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문제는 수십조 원 규모의 사업비에 대한 재원 마련이다. 앞서 국토부는 “수도권과 부산, 대전 등 주요 지역 철도 지하화 총비용으로 50조 원 안팎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도 지하화와 상부 부지 개발 비용까지 모두 포함하면 전국 기준으로 60조 원에서 최대 80조 원까지 필요할 전망이다.
아울러 철도 지하화 특별법에는 정부의 사업 재정 지원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아 상부 개발 이익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고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장 사업성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는 서울시도 재원 마련안에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이날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 철도 지하화 사업비는 25조6000억 원, 상부 개발 이익은 31조 원이다. 사업비 조달률은 121%로 추가적인 예산 투입과 타당성 조사 없이 추진 가능하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낮고 여기에 사업비 산정 등 계획 시점과 개발이익 환수까지의 시차가 크단 점에서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적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서울시는 금리 등을 고려해 추진하므로 현재로썬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사업비 부족 문제는 장래의 일이기 때문에 국비나 시비 투입에 대한 것은 그때 가서 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철도 지하화 사업의 재원 마련을 위해선 결국 지자체의 대규모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입법처가 펴낸 철도 지하화 사업 관련 보고서는 비용 마련의 주요 해결책으로 지자체 비용 분담을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개발 직접 편익은 해당 지역 주민이 누리므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