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호황 저물면서 명품 매출 타격
중국 외 미국ㆍ아시아서도 실적 부진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그룹(LVMH)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부호 순위에서 5위로 밀려나게 됐다.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명품 수요 침체 영향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서 아르노 회장의 순자산은 1750억 달러(약 239조6600억 원)로 5위를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세계 1위 부호를 놓고 경쟁하던 아르노 회장은 올해 재산이 323억 달러 줄어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세계 500대 부호 중 가장 많은 재산을 잃었다.
LVMH는 전날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한 190억8000만 유로(약 28조2977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1% 증가에 못 친다.
LVMH의 최대 매출 부서인 패션·가죽제품 부문은 1년 전보다 5% 감소했다. 시계·주얼리 매출과 와인·주류 부문은 각각 4%, 7% 줄었다.
‘명품 큰손’으로 불리던 중국 소비자들이 오랜 경기둔화에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LVMH 매출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하다고 짚었다.
이번 실적 부진 여파로 LVMH 주가는 프랑스 파리증시에서 장중 한때 7.5% 폭락해 2년 만의 최저치를 찍고나서 3.68% 급락한 602.40유로로 마감했다.
LVMH의 위기는 미국과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제외 아시아 지역에서는 3분기 매출이 16% 줄어들었다. 일본 매출은 20% 증가했지만, 2분기의 57% 증가율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한 것이다.
LVMH와 아르노 회장은 국내외 정치적 충돌에도 휘말리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편적 관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LVMH와 같은 수출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부채 감축을 위한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LVMH는 내년 최대 8억 유로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장자크 기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의 사업은 어제 매출과 다를 바 없다”면서 “우리는 오르내림을 겪어왔고, 사업이 나쁠 때는 이후에 좋아진다는 것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사업의 순환”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