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대학병원들이 ‘건강정보 고속도로’를 개통하고 개인 의료정보 조회 플랫폼 도입에 나섰다. 공공기관과 병·의원에 흩어진 의료정보를 통합적으로 조회, 활용하는 ‘의료마이데이터’ 상용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건강정보 고속도로 개통식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정보 고속도로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개인의 진료, 투약, 건강검진 이력 등을 한 번에 조회하거나 전송할 수 있는 의료마이데이터 중개 플랫폼이다.
올해 8월 기준 상급종합병원 10개소, 종합병원 12개소, 병·의원 838개소 등 총 860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서울 소재 빅5(Big5)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이 모두 의료데이터 제공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고려대의료원, 경희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수도권뿐 아니라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전남대학교병원, 칠곡경북대학교병원 등 전국 대학병원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참여 의료기관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올해 6월까지 미참여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결과, 상급종합병원 21개소 및 그 협력 의료기관인 종합병원 28개소, 병·의원 210개소 등 총 259개소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2025년 하반기부터는 건강정보 고속도로를 통해 의료데이터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전체 상급종합병원 47개소를 포함해 총 1263개소까지 늘어난다.
의료기관의 참여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꼽힌다. 건강정보 고속도로는 병원, 연구기관, 사업체 등을 연결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보안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허브로 기능한다. 진료 및 처방 내역 등 실질적인 데이터는 대부분 의료기관에 축적돼 있다. 정보 제공기관이 증가할수록, 서비스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셈이다.
의료마이데이터 활용에 대한 기업 및 소비자들의 기대는 높다. 연구소나 의료기기 및 제약 기업들 역시 개인의 동의 하에 의료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신약이나 의료기술 연구개발(R&D)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일반 국민은 ‘나의건강기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처음 방문하는 의료기관에서도 과거 의약품 복용 이력을 확인하거나, 동일한 검사를 반복 실시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수시로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확인, 활용할 수 있어 의료마이데이터가 실현되면 환자가 치료 과정에 더욱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의료데이터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에 기반을 두고 제도를 개발 및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주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의료데이터는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고 판단이나 조치를 취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부분적인 정보는 위험할 수 있으며 히스토리를 보고 해석해야 한다”라며 “의료데이터의 복잡성과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다룰 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심층적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