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5일 2금융권을 긴급 소집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상호금융,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 금융사·협회와 비은행권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 대책을 논의한다. 금융위는 앞서 11일 5대 시중은행 등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했다. 가계부채, 집값 문제가 더 뜨거운 감자가 됐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주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내렸다. 2021년 8월 이후 지속해 온 통화 긴축 기조를 3년 2개월 만에 푼 것이다. 금리인하 조치 자체는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미국 연준이 지난달 빅컷(0.5%p 인하)을 결행한 것이 큰 힘이 됐을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추세적으로 꺾였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35조7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5조7000억 원 늘었다. 증가 폭은 3년 1개월 만에 최대였던 8월(9조3000억 원)보다 38.7% 줄었지만 5대 은행의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하루 평균 3451억 원으로 추석 연휴를 빼면 8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끌’이 진정됐다고 볼 계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한은이 고삐를 늦춘 것은 미국 빅컷도 있지만 내수 회복이 워낙 시급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공은 이로써 금융당국에 넘어갔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부동산 광풍이 재연될 가능성이다. 망국적 투기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되면 안 된다. 당국은 근래 거듭된 정책 혼선을 반면교사로 삼아 투기 바람을 잠재워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6월 은행권 주담대의 60%가 정책금융 상품이다. 8월 금리 인상에도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정책금융에 DSR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서두를 필요가 있다.
금리 변화가 민생 해결을 위한 마중물이 되도록 역량을 발휘하는 일도 가볍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 0.25%p 인하 시 대출금리 하락 폭도 같다면 가계대출자 1인당 평균 연간 15만3000원의 이자가 감액된다. 자영업자는 55만 원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5대 은행의 11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90∼5.780% 수준으로 3개월 전보다 하단이 1.150%p 높아졌다. 같은 기간 금리 반영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 코픽스(COFIX)가 각각 떨어졌는데도 이렇다.
시중금리가 기준금리와 무관하게 갈지자걸음을 하는 것은 무분별한 관치로 시장이 왜곡된 탓이 크다. 크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진 만큼 즉각적 정상화는 쉽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취약계층을 돌보고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다시 뛸 수 있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정부의 시간’이 온 것이다. 세계적 대세인 ‘디지털 1인 기업’ 지원 등으로 새 생태계를 일구면서 다른 한편으론 퇴로도 열어야 한다. 기준금리 인하는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당국이 하기 나름이란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