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와 유사한 상품이지만…구성은 상이할 수록 거래량↑
상장지수증권(ETN) 거래량의 격차가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간 기초 지수 차이와 대체 상품 유무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총 20개의 ETN이 거래량 0건을 기록했다. 거래량이 10건 미만인 종목은 37개로, 전체의 약 10%를 차지했다. 대조적으로,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4억 건을 넘었다.
거래가 저조한 ETN은 해당 상품의 기초 지수를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른 수단으로 투자할 수 있는 특징이 있었다. 일례로, 투자자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받는 국고채 3년이나 나스닥 상위 10개 기업의 수익률을 좇는 종목이 거래량 0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들에게는 비슷한 지수를 추종하는 대체 상품이 존재했다.
반면,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 ETN은 주로 원유, 천연가스, 금·은 등 원자재를 추종하는 상품이었다. 이들은 시장에서 최근 주목받은 상품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ETF 등을 활용해도 투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특징도 있다.
실제로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종목 1, 2위는 서부텍사스유(WTI) 원유 선물의 수익률을 음의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인데, 같은 구성은 ETN 시장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ETF 시장에는 WTI의 수익률을 방향성에 상관없이 1배로 추종하는 상품만 존재했다. 거래량 3위 종목은 코스닥 150 선물지수의 수익률을 음의 2배로 좇는 상품으로, 역시 ETN 시장의 독보적인 상품이었다.
ETF보다 ETN 상품군이 다양한 이유는 둘의 구조적 차이 때문이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펀드에서 자산을 운용하며 지수 수익률을 추적한다. 이와 달리, ETN은 증권사가 신용으로 지수 수익률을 보장한다. 기초 자산을 펀드로 담아야 하는 ETF와 다르게 ETN은 신용으로 발행하므로 기초자산으로 담기 어려운 자산도 상품화가 가능한 것이다.
그 외에, 기초 지수를 최소 10종목으로 설정해야 하는 ETF와 달리 ETN은 5종목으로만 구성하면 된다는 점, ETN은 자본시장법상 파생결합증권으로 분류돼 운용 방식에 제약이 적다는 점 등이 다양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ETN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접하고 투자하는 건 좋지만, 거래량이 적어 원하는 때에 팔지 못하고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신용으로 운용되는 만큼 발행회사가 파산했을 때 발행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금액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물론, 투자자를 위한 보호 조치가 존재한다. ETN을 발행하려는 자는 증권 및 장외파생상품 매매업 인가를 받은 금융투자업자여야 하고, 자기자본 5000억 원, 신용등급 AA- 이상이어야 한다. 신규상장하는 ETN의 발행총액을 최소 70억 원으로 설정해 소규모 ETN 난립을 방지하기도 한다.
매도·매수 호가를 제시하는 유동성공급자(LP)도 존재한다. 발행 증권사가 LP를 맡으며, 거래 유동성이 매우 낮은 ETN이라도 LP 호가가 존재하므로 투자자들은 거래를 지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