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삼성전자의 위기는 10년 묵은 축적된 위기가 이제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전 장관은 9일 해비치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2024 미국대선 그리고 반도체 주권국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60년 동안 IT 업계의 흐름을 보면 데스크톱 시대가 있었고, 스마트폰 시대가 있었고 지금 AI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PC 시대에 힘을 쓴 IBM과 인텔이 과거에 취해서 미래를 보지 못한 것처럼 삼성과 애플도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새로운 AI 시대를 맞아 미리 준비를 못 한 것”이라며 “2015년부터 삼성 문제에 대해 들어왔는데 삼성이 그동안 최고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관료화됐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우리는 AI라는 열차에 타고 있다”며 “AI 시대에 대비해야 하고, 이를 놓치면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반도체와 AI는 떼려야 뗄 수 없다”며 “반도체를 지배하는 자가 21세기를 지배한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 경제 정책 중 ‘높은 울타리, 작은 마당 정책’은 반도체와 AI, 양자 컴퓨팅, 바이오라는 첨단 산업의 작은 마당을 만들어서 울타리를 높게 치고 이것만큼은 중국에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뒤집어 생각해보면 반도에, AI 등이 21세기 미래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이 정책이 유지되고,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울타리 안에 더 많은 산업이 포함되는 ‘넓은 마당 정책’이 될 것으로 봤다. 특히 박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에 우호적이었던 분위기가 일본으로 넘어가는 경향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 전 장관은 “30년 동안 반도체로 휘청거린 일본이 살려달라고 읍소해서 미국이 넘어가고 있다”며 “한미일 3자 공조를 외치면서 ‘둘이 알아서 잘해’라고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훗카이도 반도체 단지를 짓고 있는데, 일본이 2027년 2나노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에 성공하면 한국이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 전 장관은 “한국 정부가 반도체 외교에서는 아직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것”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계획대로 잘 될지 의문인데, 인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전기와 물에 대한 대책 없이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