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 ‘끝까지 간다’… 누가 이기든 후폭풍 우려

입력 2024-10-06 14:26 수정 2024-10-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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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공개매수가 인상 ‘러시’
이겨도 승자의 저주…치킨 게임 비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치킨게임(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때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 게임이론)’으로 비화했다. 현재 이들은 공개매수에 서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6일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내고 “콜옵션의 가격과 조건 등 영풍-MBK 간 굴욕적, 일방적 주주 간 계약의 세부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영풍과 MBK가 고금리 단기차입금으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과 MBK는 4일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공개 매수 가격을 83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2일 주당 83만 원에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한 조건에 따라 상향한 것이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청약 주식 수가 미달해도 주식 전량을 매수하기로 했다. 최대 매수 수량은 302만4881주(약 14.6%)로 이전과 동일하다. 매수 기간은 14일까지 10일 더 연장된다.

영풍 측은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로 꼽히는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도 주당 2만5000원에서 3만 원으로 높였다. 이 역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같은 가격이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고려아연 의결권 3.7%를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최 고려아연 회장 측은 공개매수 가격 인상 등을 검토하며 반격에 나섰다. 최 고려아연 회장과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 3명이 출자해 설립한 SPC인 제리코파트너스는 7일 이사회를 소집하고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 상향과 인수 수량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초기에는 명분 싸움으로 시작됐으나, 이제는 자금력 싸움으로 확대되면서 양측의 자금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출혈 경쟁에서 누가 이겨도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자금은 고려아연이 2조7000억 원, 베인캐피탈이 4000억 원을 각각 부담하는 구조다. 고려아연은 자기자금 1조5000억 원과 1조2000억 원의 차입금을 통해 자사주 매입에 대응한다.

고려아연이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등으로부터 조달한 차입금은 총 1조7619억 원으로 현재 약 5000억 원의 추가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회사채로 마련한 1조 원까지 더하면, 고려아연은 약 1조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남아 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에 따른 차입금 증가로 고려아연 미래 사업 투자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풍과 MBK도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상승함에 따라 최대 매수 수량 기준으로 필요한 자금이 기존 2조2720억 원에서 2조5140억 원으로 2419억 원 증가했다. MBK로선 공개매수에 성공해도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수익금 축소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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