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시장보호주의’ 내세워
기술경쟁서 뒤처지는 원인으로 지목도
29일 블룸버그통신과 AP통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한 미국과 EU의 갖가지 규제를 놓고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먼저 미국의 경우 11월 5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겨냥한 규제와 압박이 쏟아졌다. 예컨대 표밭 가운데 하나인 ‘굴뚝 산업’ 노동자를 위한 정책과 공약이 쏟아지는 반면, 빅데크에 대한 규제와 압박은 거세지는 형국이다.
앞서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은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과 관련해 “사업 일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다. 그는 지난달 FT와 인터뷰에서 “혁신을 위해 많은 빅테크가 쪼개져야 한다”며 “너무 크고 강력한 구글도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지닌 빅테크를 대상으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진행 중이다.
EU는 ‘시장보호주의’를 내세워 빅테크를 압박 중이다. 2018년 ‘개인정보 보호법’을 시작으로 빅테크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는데 이후 회원국 사이에 오히려 IT 기술 격차가 확대됐다. 게다가 미국, 중국·아시아권과의 IT 기술 격차도 더 벌어지고 말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사법부가 행정부 규제의 오류를 짚어내기도 한다. 이달 초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아일랜드 정부가 그동안 애플에 제공해 온 조세 혜택이 불법 보조금이라고 판결했다.
ECJ 재판부는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제공한 조세 혜택을 세금으로 회수하라”고 명령했다. 아일랜드 정부를 믿고 현지 사업을 확대한 애플은 130억 유로(약 19조 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할 처지다. 이는 EU 주요국의 유사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는 “1990년대 노키아와 에릭슨 등 혁신을 주도했던 EU가 이제 갖가지 규제 탓에 미국과 아시아국가에 그 자리를 빼앗겼다”고 평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대 IT 기업의 신뢰도는 꾸준히 성장하는 반면, 미국과 유럽 행정부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주요 빅테크에 대한 신뢰도는 미국 연방정부의 신뢰도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마케터가 5월 미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0~70%는 아마존과 구글, 넷플릭스에 대해 신뢰한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28% 수준에 그쳤다.
이마케터는 “미국 성인은 바이든 행정부보다 틱톡(29%)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영전략이 수시로 바뀌는 테슬라(29%)마저도 신뢰도 측면에서 정부를 앞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