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이번 미 금리인하는 경기침체를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가 강하므로 증시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줄 것 같다. 지난 40년간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 머물 때 연준이 금리를 내렸던 경우는 총 12번이 있었는데 이때 S&P500지수가 그 뒤 1년간 평균 15% 올랐다는, 투자은행(IB) JP모건의 분석은 이를 지지한다.
하지만 앞으로 그 과정은 순탄하지는 않을 듯하다. 만약 증시가 추진력을 잃는다면 하나는 경기에 문제가 없더라도 주가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이 더 높아져 증시가 제풀에 꺾이는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경기침체까지는 아니어도 성장률과 기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쳐 약세장에 빠지는 경우일 것이다. 금리인하 사이클의 초기 허니문 기간이 끝나는 오는 연말 연초가 이러한 검증과 통과의례가 한 번쯤 있을 법한 시기이다.
둘째, 이번 각국의 금리인하는 과거 어느 때보다 재정적자와 부채가 불어난 상황에서의 금리인하인 데다 최근 2~3년간 서비스물가 상승으로 기대 인플레가 높아진 상태에서의 금리인하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2024 회계연도의 미 재정적자는 2010~2020년 평균의 2배이고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적자 비율(7.1%)이 선진국 평균(2%)의 3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장기금리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이로 인해 향후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것임을 시사한다.
문제는 미국만 재정과 부채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유럽과 일본의 국가부채, 중국의 기업부채, 한국의 가계부채 등 각국 모두 과도한 부채더미에 눌려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부도율과 연체율이 오르고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금리인하 전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가 금리인하(경기둔화) 때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인데 지금은 각국 부채가 저마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셋째, 금리인하가 경기부양에 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란 점이다. 미국의 경우 1970년 이후 55년간 1984년과 1995년, 두 번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번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침체됐다. 물론 첫 금리인하와 침체 진입시점 간의 시차는 당시 경제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 달랐다. 중앙은행이 침체시기를 늦추고 이를 부드럽게 유도할 수는 있지만 경기흐름 자체를 뒤바꾸기란 쉽지 않음을 뜻한다. 중앙은행이 장기금리와 신용 가산금리를 모두 통제할 수는 없으며 기업의 과잉투자 부담을 덜어주고 고용을 지원하며 자산시장의 과열 후유증을 막고 부채를 탕감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종합했을 때 연준과 각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경기와 증시위험을 낮추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하겠지만 경제와 증시는 원래의 항로가 있다는 것이다. 그 경로가 조금 변하거나 속도가 바뀔 순 있어도 본질이 바뀌긴 어렵다. 투자자는 중앙은행을 거슬러 행동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들을 맹신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