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18.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의 도전정신

입력 2024-09-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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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일상의 TV에 철학 담아 예술로 승화
기술과 인간 공존추구…공감 끌어내

미디어에 기술 결합해 신경지개척
문화예술 다양성·글로벌화 앞당겨
창의성과 혁신 본보기로 자리매김

백남준은 20세기 후반의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특히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예술은 기술, 미디어, 그리고 철학적 사유를 결합한 독창적 표현으로 예술사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그가 보여준 도전정신은 현대 예술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백남준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현대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로도 일컫는다. 후대 예술가들에게 미친 영향이 지대하고 비디오 아트의 확산에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예술의 선구자로서 문화적 다양성과 글로벌화에 기여를 했다. 또한 백남준에게서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그가 동양적 호기심과 서양적 기술 활용을 통해서 독창적 미학을 탄생시킨 부분이다.

24일부터 아카이브 전시 개최

2023년에 개봉한 백남준의 영화 ‘달은 가장 오래된 TV’(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는 물론이거니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에서 개최했던 백남준의 여러 작품들을 망라한 특별전시 ‘사랑은 10,000마일(Paik Nam June : Love is 10,000miles)’을 비롯 이달 24일부터 열리는 아카이브 전시인 ‘백남준의 기록된 꿈, 그 꿈과의 대화’, 각종 포럼 및 관련행사 등을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 그것은 백남준의 예술정신 중에서도 유독 도전정신에 대해서 밀도 깊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것이 단순히 한 명의 예술가의 생애나 작품에 대한 논의로 그치치 않고, 창의성, 혁신, 글로벌 시각, 미래 지향적 사고 및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도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에 백남준을 알고 있는 이들이거나, 새롭게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발전시키고 현대 사회의 도전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백남준의 남다른 도전정신 중 손꼽히는 첫 번째는 기술을 독창적인 하나의 도구가 아닌 예술 표현의 장점으로 삼았다는 부분이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통한 비디오를 단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철학적 매체로 탐구했던 백남준은 기술과 예술을 융합시키는것에 아주 탁월한 시각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자장치와 예술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를 당시의 시대성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사실 TV도 예술을 할 수 있게 된 것에는 기술의 상용화 덕분이 컸다. 이 시기는 전자 매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텔레비전이 보편화되고 비디오 기술이 상용화되던 시기였다.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예술 형식을 넘어 새로운 창의적 표현 방법을 모색하게끔 기회를 제공한 셈이었다.

그가 비디오아트를 통해 표현한 메시지는 미래에 대한 상상, 인간과 기계의 복합, 다양한 융복합 디지털과 물질 세계의 가파른 변화 예측 등 그야말로 예술을 통한 미래학자 면모도 있었다. 또한 그는 기술을 결합해 인터랙티브 아트와 퍼포먼스 아트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기술이 어떻게 인간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까지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이렇듯 1960년대는 TV가 가정의 일상적인 도구였고 백남준은 그것을 예술의 수단으로 부활시켰다.

그의 가장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인 ‘TV 부처’는 비디오 장치를 이용한 백남준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이 작품은 폐쇄회로 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TV 화면 속에서 보고 있는 설치 작품이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대표 소장품 'TV 정원'은 자연과 기술,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상징하고 있다. 1974년 작. 출처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의 대표 소장품 'TV 정원'은 자연과 기술,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상징하고 있다. 1974년 작. 출처 백남준아트센터
동양적 호기심에 서양기술 결합

‘깨달음 얻은 자’로 일컬어지는 부처가 현대 문명의 상징이자 대중매체인 TV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피식 웃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화면 속에서 송출되는 자기 자신을 계속 바라보도록 구성된 화면을 통해서 본인이 본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성찰한다는 자기성찰을 전달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현대 예술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종의 참여예술 작품이기도 하다. 관객이 부처가 바라보는 TV 화면을 보기 위해 가까이 가면 카메라 시야각으로 인해 관객이 화면속에 등장하게 되면서 백남준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관람객의 참여를 열린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는 TV의 스크린을 파괴, 혹은 자기장을 통한 인위적인 조작, 그리고 분해까지 서슴지 않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지 않았던 그의 예술적 표현에 관한 도전적 방식은 별도의 비디오아트의 기본적 예술의 경계를 넘어서게 했고, 현대 예술의 분배를 확장시켰다.

▲'TV 부처', 1974. 출처 백남준아트센터
▲'TV 부처', 1974. 출처 백남준아트센터
전통 예술의 경계 넘어 혁신 추구

또한 ‘TV 정원’ 작품의 경우는 자연과 기술,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로봇가족’ 등 다수의 유명한 작품들이 있다. 사실상 백남준의 TV 작품들이 중요한 이유는 당시 최첨단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백남준이 당시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연구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철학적 정신성에 대한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고, 특히 당시에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에 대해서 인간적인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써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고자 했던 백남준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었다.

백남준의 도전정신이 주는 교훈 중에서 창의성도 손꼽힌다. 창의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은 백남준이 위성까지 활용해서 예술로 확장시킨 혁신적인 사례이다. 이 작품은 그해 1월 1일 프랑스, 미국,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일본 그리고 한국까지 동시 중계되었다. 특히 굿모닝 오웰 중계 당시 백남준은 총 지휘를 하느라 파리에 있었는데 KBS 인터뷰에서 TV가 독재 압박의 수단이 아니라 자유표현의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당대 저명한 예술가들이 출연해 시간과 공간 개념을 넘어 동양과 서양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그의 이런 획기전인 접근 방식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백남준은 전통적인 예술의 경계를 넘어서 기술과 미디어를 새로운 예술적 매체로 활용함으로써 창의성과 혁신의 본보기가 되었다. 그의 작업은 많은 후대 작가들과 학생들에게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도전정신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지금도 하고 있다. 2024년도가 벌써 두 계절을 보내고 이제 가을이 완연한 요즘이다. 하반기에는 백남준의 도전정신을 다시 한번 새기길 바라본다. 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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