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률 전체 3%, 500명 중 최종 합격 8명…'
이 수치는 올해 상반기에 치러진 정보통신 기술사 합격률이다. 모든 기술사 시험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정보통신은 기술적 범위가 넓어 합격자는 매년 5% 안팎만 배출해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
KT데이타시스템 시스템보안팀 박광일(40·사진) 과장은 이같은 어려운 시험을 두 번째 도전만에 성공하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험을 보는데 단답형 10문제와 서술형 12문제가 나오는데, 모두 주관식이다 보니 얕은 지식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박 과장은 지난해 KT데이타시스템이 KT에서 분사를 하면서 창립 맴버로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 1997년부터 한 직장에 근무했던 터라 새로운 직장, 그것도 새로 출범하는 회사에 온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특유의 승부 근성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오히려 새 직장이 활력소가 됐다. 비록 KT계열사이기는 하지만, 모든 사업과 영업 등 매출과 직결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 되면서 직장내 분위기도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KT에 있을 때는 내가 특별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죠. 그런데 여기는 달라요. 실제로 필드에서 경쟁해야하는 상황이 온거죠. 직원들 스스로가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도저히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오히려 자극제가 됐습니다”
이처럼 박 과장이 프로 근성 같게 된 것은 여느 직장인들처럼 순탄한 과정을 거치며 직장생활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부분은 조금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다른 직장인들과 같이 일반 인문계를 나와서 대학가고, 영어 잘하고 입사하는 것과 달리 저는 실업고, 전문대를 졸업해서 학벌에 대한 어려움이 많았죠”
자라온 환경이 넉넉하거나 풍요롭지 못했기 때문에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이로 인한 학벌 선입견과 오르지 못할 벽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하나 만큼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로 보란 듯 KT에 입사했다.
하지만, 역시 교육에 대한 갈망은 여전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여기서 멈추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때부터 나이가 들면서 회사 뿐 만 아니라 다른 뭔가를 준비할 다짐을 하게됐다.
뒤늦게 시작한 기술자 자격증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사이버대학에도 편입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기계발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가장 우선 적인 것이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가정의 안정을 제일 과제로 꼽는다. 가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직장에서도 신바람을 낼 수 없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지난해부터 기술사 공부한답시고 집에서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한게 가장 미안합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주말에 여행을 다닙니다. 맞벌이는 하는 아내 역시 그동안 내조에 감사할 뿐이죠(웃음)”
박과장은 업무에 있어서는 ‘프로’를 강조한다. 작게는 회사 내부지만, 궁극적으로는 업계 1위에 오르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KT데이타시스템이 관련 업계에서 후발 주자라는 점은 현실이고, 이를 극복하려면 두 배로 뛰어야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각오다.
요즘 젊은 사원들에 대해서는 최근에 사회적으로 취업난이 심하다 보니 상당히 적극적이고, 오히려 기존 직원보다 아이디어 등도 참신하고 좋다며 추켜세운다.
그러면서도 회사 자체가 연령대가 많은 편이라 급변하는 시대에 문화적 차이를 좁힌다면 더 좋은 회사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람들은 기존 환경에 적응되면 좀처럼 바뀌는 것을 싫어하죠.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 풍요롭게 지내지 못해서 그런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대학을 졸업하는게 목표지만, 기회가 된다면 국제기술사 자격증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 박 과장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와 앞으로 있을 그의 도전과 함께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