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동결하면서 대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연 3%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추가 하락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09~5.832%로 집계됐다. 변동형 금리는 연 3.90~6.820%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동결하면서 연 3.5%로 유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와 관련해 "(인하) 깜빡이를 켤지 말지 고민 중인 단계"라면서 "금융통화위원 전원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5~6월 경제 지표를 확인한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주담대 고정금리 대출 확대 유도 등이 겹쳐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올해 들어 고정금리 주담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2월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3.98%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연 4.29%에서 0.31%포인트(p) 떨어진 것으로,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연 3%대로 진입한 것은 2022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한 이유는 은행들이 고정금리에 우대금리를 적용하거나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금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에 수요가 몰렸다. 결국, 시중은행은 고정금리 대출 금리에 우대금리를 적용해 앞으로 떨어질 이자를 선반영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낮췄다.
당분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은 11일 기준 3.886%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4%대에서 3.8%대로 내려온 후 큰 변동이 없다. 변동금리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석 달 연속 내렸지만 하락 폭은 크지 않다. 지난달 공시된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62%로 전월 대비 0.04%p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은행권에서는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물가가 높은 만큼 기준금리 인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3.1%)과 3월(3.1%)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가·가계부채·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경제성장 등 상충적 요소들이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시장금리의 영향을 받는 대출금리도 더 떨어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