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 등 저PBR 종목 대거 사들여
LG화학·포스코퓨처엠·삼성SDI·LG엔솔 등도 순매수
“밸류업에 적극적인 기업에 기관 관심 더욱 커질 것”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연기금의 투자 행보가 달라지고 있다. 올해 초만해도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여왔으나 밸류업 언급 이후 이차전지와 금융지주 종목들을 대거 장바구니 담고 있다. 증권가에선 기관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비중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 등은 밸류업 발표된 1월 24일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182억 원을 순매수했다. 올해 1월 들어 23일까지 7500억 원을 순매도 하며 지수 하락을 견인하던 데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연기금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으로 분류되는 금융지주 종목을 장바구니에 대거 담았다. 1월 24일부터 전날까지 순매수 상위 종목 내역을 보면 신한지주(1952억 원)가 4위, 하나금융지주(1598억 원)가 5위를 기록했다.
이차전지 종목들도 대거 사들였다. LG화학(4399억 원) 순매수 1위, 포스코퓨처엠(2662억 원)이 순매수 2위로 집계됐다. 삼성SDI도 1505억 원 어치를 사들이며 6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1151억 원), POSCO홀딩스(961억 원), 에코프로비엠(886억 원) 등도 순매수했다. 이외에도 연기금은 현대차를 2034억 원, 셀트리온을 925억 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밸류업 발표 후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845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반면 개인은 9조1557억 원을 순매도하며 발을 빼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급이 강화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24일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주가순자산(PBR) 비교 공시를 핵심으로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코리아 밸류업 지수개발과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 등의 안도 공개됐다. 특히 금융위는 이달 말까지 상장기업들이 참고하도록 밸류업 관련 공시 원칙·내용·방법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밸류업에 적극적인 기업들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계속 커질 거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구체안이 지속 발표되고 긍정적 수급 모멘텀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주주환원 확대여력이 크지 않으나 절대 PBR이 낮은 종목까지도 주가상승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주가상승에도 여전히 해외 금융주 대비 저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한 일본에 비해 수익성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점이 외국인 및 기관수급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연기금도 순매수 종목이 달라졌다”며 “PBR이 낮은 종목이 수매수 상위 종목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비중 조정이 마무리된 경우가 많아 향후 국내주식 비중 확대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밸류업의 방향성에 찬성한다고 했고, 공무원연금도 밸류업에 협조할 거란 입장을 밝혔다”며 “스튜어드십코드에 기업가치 향상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면서 밸류업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