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한 경우 고용 인원이 크게 위축되고 부채비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경제인협회는 미국 10대 행동주의펀드가 2018∼2019년 개입에 성공했던 67개 기업의 경영성과를 분석하고 이같이 밝혔다.
단순한 지분 투자보다는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자회사와 계열사의 보유 지분 매각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행동주의펀드는 지난해부터 국내 상장사의 결정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행동주의펀드의 개입을 받은 기업들의 고용 인원은 2019년 5만3977명에서 2021년 4만5930명으로 감소했다. 개입 직후인 2020년에는 4만8609명으로 전년 대비 9.9% 감소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소속 시총 상위 100대 기업의 고용 인원은 오히려 증가했다.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을 보여주는 총부채 규모는 행동주의펀드가 개입한 직후인 2020년에 255억2000만 달러로 가장 컸다. 총부채 증가율은 행동주의펀드 개입 기간(2018~2019년) 이후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부채비율은 2020년 145.6%에서 2022년 152.3%로 치솟았다.
2020년 조사대상 기업의 총매출은 160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5%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12억4000만 달러로 15.6% 줄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당기순이익 역시 행동주의가 개입했던 2018년 16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7% 늘었지만, 개입이 끝난 2020년에 9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3.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15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9.6% 쪼그라들었다.
행동주의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주주 이익 확대다. 기업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을 확대해 주가를 부양시키는 것인데, 조사 결과 관련 경영 지표상의 뚜렷한 변화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행동주의펀드의 기업경영 개입이 고용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재무안정성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주주환원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행동주의펀드가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나, 자칫 단기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무리한 배당 확대를 요구하거나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기업 성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행동주의펀드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