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열쇠와 자물쇠’의 지혜

입력 2024-03-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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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문에 열쇠를 꽂는다. 디지털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시대임에도 아날로그 방식인 쇠붙이 열쇠를 고집하는 이유는 ‘딸깍’ 하는 소리에 매료되어서다.

물론 가끔 열쇠를 집에 두고 오거나, 주머니 안에서 달그락거릴 땐 귀찮아 전자식 잠금장치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왠지 그건 밖으로 튀어나와 투박해 보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의 출입을 강력히 막는다는 느낌이 들어 접어두었다.

한 손에 열쇠를 쥐고 좁고 복잡한 열쇠 구멍에 넣고 딸깍 소리가 날 때까지 돌리다 보면 때론 내 속에 오랫동안 쌓였던 고민이 풀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문이 열리며 제일 먼저 달려와 나를 반기는 오래된 진료실의 향기, 낯익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진료대의 푸근함…. 어쩌면 딸깍하는 소리는 20년 가까이 친숙한 것들로 채워진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허락의 신호이기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열쇠가 어떻게 잠긴 문을 열 수 있나 그 원리가 궁금해 검색해 본 적이 있다. 신기하게도 주로 현관 등의 문에 사용되는 텀블러형 실린더 자물쇠는 구멍 안이 정형화된 틀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열쇠가 들어오면 구멍 안에 존재하는 핀들이 열쇠의 톱니 모양에 맞추어 물러나면서 잠금이 풀린다는 것이다.

결국 잠김이 풀리기 위해선 핀의 물러남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 정치계를 비롯한 남녀별, 세대별 및 각 이권 단체 간에 대립이 늘고 있다. 첨예한 갈등 양상을 띠며 과격해지고 비방과 흑색선전도 난무해졌다. 특히 선거가 코앞에 다가오며 그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주장과 이론이 아무리 옳다고 한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거나 국민을 분열로 이끄는 것은 좋지 않다. 조금 뒤로 물러나 닫힌 문을 열어 소통을 가능케 하는 열쇠와 자물쇠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박관석 보령신제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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