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데이콤과 파워콤이 추진 중인 합병작업이 한국전력의 지분 매각 지연에 따라 또 다시 좌초위기에 내몰렸다.
양사는 통합 KT 출범 후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는 전략이 자칫 ‘동상이몽’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우선 LG데이콤은 지난 2004년 한국전력으로부터 지분 40.9%를 인수할 당시부터 합병을 염두에 두고 추진했지만 매년 가능성만 높였을 뿐 5년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1월부터 시작해 7월, 12월 등 잇따른 합병설이 제기된데다, 정부에서 공기업선진화 방안에 따른 매각 절차가 탄력을 받으면서 통합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올해 역시 합병은 ‘꿈’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이미 2분기 막바지에 달한 시점에서 ‘7월설’은 현실상 어렵고, 12월 합병마저 한전의 지분매각 지연으로 내년을 기약해야 할 상황인 셈이다.
LG데이콤으로서는 올해의 경우 통합 KT 출범 뿐 만 아니라 케이블 사업자들의 가세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만한 대안이 LG파워콤과 합병이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최근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92%를 넘어서면서 더 이상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점을 볼 때 LG파워콤의 신성장동력 사업 발굴에도 합병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결국 양사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병’이라는 생존 전략을 세웠지만, 외부의 불가항력에 부딪쳐 ‘경우의 수’를 따지는 상황이 수년째 이어져 답답한 심정만 토로하고 있다.
LG데이콤 관계자는 “매년 합병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뚜렷한 시기나 방법은 결정된게 없다”며 “이미 파워콤 인수할 당시부터 통합을 염두에 둔 상황이지만, 매년 가능성만 제기되는 것에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합의 열쇠를 쥔 한국전력은 38%를 보유한 LG파워콤 지분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매각은 확실히 할 것이라는 태도지만, 현재 한전의 장부가와 파워콤의 주가가 어느 정도 맞아야 매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전의 1분기 장부가는 주당 7577원, 파워콤의 8일 현재 주가는 6890원으로 이 격차가 메워지지 않는 이상 매각 진행은 사실상 어렵다.
한전 관계자는 “국민의 자산을 헐값에 매각할 수 는 없는 일”이라며 “한전이 통신사업에 손을 땐 이상 매각을 한다는 원칙은 정해져 있지만, 파워콤의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매각은 어려울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