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세계 주요 주가지수 70% 하락…4분기 실적에 쏠리는 눈

입력 2024-01-15 17:04 수정 2024-01-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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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일본 지수 6%대 상승률 기록
한국 코스피, 주요 20개국 중 꼴찌
미국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 사라진 영향
반도체 업계 부진, 한국·대만 지수 끌어내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작업하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작업하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새해 들어 세계 주요 주가지수의 약 70%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기술주 강세론이 힘을 잃어가는 가운데 이번 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지수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주요 20개국 벤치마크의 지난해 말 대비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튀르키예의 BIST100지수가 올해 들어 6.91% 오르며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지난주 33년 11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6.31%의 상승률을 기록해 2위에 올랐다. 일본은행(BOJ)이 4월에야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엔저에 따른 수출 기업의 실적 호조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체의 약 70%에 해당하는 13개 지수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9일까지 하락률 0.28%를 기록했던 미국 S&P500지수는 간신히 플러스권으로 돌아왔다. 경기침체 우려로 지난해 중반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문제가 불거진 홍콩 항셍지수도 3~4%대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해 18.7% 상승했던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4.90% 하락하며 전체 20개 벤치마크 중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세계 증시에는 낙관론이 팽배했다. 미국과 유럽, 신흥국의 주가지수가 일제히 큰 폭으로 올랐다. 독일 DAX지수와 인도 센섹스지수는 지난해 12월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싱가포르와 중국, 홍콩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모든 지수가 상승세로 마감했다.

세계 증시가 흔들리는 배경에는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인 탓이 있다. 연준이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동의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당분간 연준이 금리를 유지하거나 긴축 기초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우세해지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스즈키 도시유키 이코노미스트는 “3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금리 향방은 신흥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해 달러 약세 국면이 이어지면, 자금 유출 위험이 줄어든 신흥국이 금리를 내리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신흥국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차익실현 매물이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해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이 일어나면서 기술주의 존재감이 커졌다. 금융정보업체 퀵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관련 종목 500여 개사 시가총액 합계는 1년 동안 60% 증가했다.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2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6.88% 하락하며 코스피지수의 부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관련주 비중이 높은 대만 가권지수도 올해 2.33% 하락했다.

이번 주부터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한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증시 상승 추진력이 잠잠해진 상태여서 시장의 관심이 기업 실적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18일에는 대만 TSMC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12월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한 4분기 매출 전망치가 시장 예상을 웃돌고 있어 반도체 종목의 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미·중 갈등이 기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픽텟자산운용재팬의 다나카 준페이 투자전략가는 “애플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해 중국 시장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 중국 관련 종목으로 매도세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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