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여파로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PF 부실화를 막기 위한 적립금 충당에 더해 태영건설 사태까지 겹쳐 증권사들이 영업이익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키움증권·대신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 등 증권사 7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합한 액수는 총 7414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1조1812억 원)보다 약 37.2% 줄어든 규모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4분기 106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각각 1557억 원과 12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망되는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 대비 20%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7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보다 20%가량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은 1865억 원, 대신증권은 46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8~9% 증가했다. 가장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나타낸 NH투자증권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1623억 원이다.
지난해 4분기 주요 증권사 합산 실적이 1조 원에 못미친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는 PF 관련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충담금을 늘린 것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투자자산으로부터의 평가손실과 손상차손, 여기에 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추가로 발생하며 증권사들의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대체로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말 불거진 태영건설 PF 부실 사태도 주요 증권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업권 내 증권업종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1조 1000억 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인데, 익스포저를 보유한 증권사는 대부분 대형 증권사”라며 “워크아웃 진행시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 건전성 분류에 따른 충당금 적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주요 증권사 실적 개선은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를 얼마나 방어하느냐에 달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전체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2조6000억 원 중 공실율이 높은 편인 자산은 4000억 원 수준”이라며 “지난 4분기부터 평가손실금과 충당금 2600억 원을 반영했고 4분기도 보수적으로 추정해 1000억 원가량 적립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거의 대부분을 커버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