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의과대학 정원과 의사 인력 불균형 문제를 새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의료계와 정부는 필수의료의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표를 공유하며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는 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서 공동으로 의료계 신년 하례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홍익표·남인순·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재형·서정숙 국민의힘 의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 여야 의원과 정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날 최대 화두는 의과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위기 해소 등이었다. 의협은 지난해 1월부터 보건복지부와 정책 현안 논의를 위해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23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로 꼽히는 필수의료 분야 강화 방안 등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됐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협은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반대 입장을 밝히며 의·정(醫·政)간 긴장감이 지속하는 상황이다.
이에 이필수 의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의대 정원 확대가 중차대한 이슈인데, 2024년 연초에는 불합리 의료정책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의료붕괴 저지에 앞장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정치적인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필수의료와 의대 정원 관련 논의는 의료현안협의체서 지속해 왔는데, 보여주기식이 아닌 충분한 논의와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길 희망한다”라면서 “의협은 유연한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며 소통의 의지도 내비쳤다.
윤동섭 병원협회장은 “의료인력 수급의 불균형으로 지역의료가 위기에 처했다”라며 “산업계와 글로벌 시장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전환기 맞고 있지만, 의료현장은 무한경쟁에 내몰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의료계와 정부는 적정 수가와 의료 인력 불균형 해소를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라며 “보다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 역시 “올바른 정책의 첫걸음은 대화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라며 역시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박민수 제2차관은 “우리나라는 기대 수명과 암 사망률 등 여러 건강지표가 상위권이며, 전 국민을 포괄하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30년 넘게 떠받치고 있다”라면서도 “지역 간 의료격차와 필수의료의 위기로 인한 피해는 직접 국민에게 영향을 끼친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모든 노력을 집중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 차관은 의·정간 대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그간 의료현안협의체 23차례 회의를 통해 10년 후를 내다보는 보건의료 정책을 논의했다”라며 “대화와 소통을 통해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의료계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피력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의료계를 둘러싼 현안이 많이 나왔는데, 의료계에 불편함을 드린 것에 대해 송구스럽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라며 “필수의료 및 지역간 의료 격차 문제, 의료수가의 합리적 조정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의사 증원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시스템 확보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나아가겠다”라고 했다.
최재형 의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는데, 그 저변에는 종사자의 헌신과 희생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헌신과 희생만으로 더는 체계를 지속할 수 없다”라며 “올해는 많은 논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은 의료계 현안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 의원은 “최근 4년 동안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를 전 국민이 목격했다. 올해 의료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라면서 “의대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면, 한의대 정원도 함께 조정해 필요하다면 늘리고 넘치면 줄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의료계 원로 인사도 자리했다. 김광태 대한병원협회 명예회장은 “한국의 의료가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러고 격려하고 “기름으로 가는 차가 전기차로 바뀌더니 자율주행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의료계에도 변화와 어려움이 계속 닥칠 것인데, 힘을 합치면 여러 가지 좋은 프로젝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