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노정일, 배은정교수와 소아흉부외과 김웅한교수팀은 QT 연장 증후군, 심실 세동 및 심근증을 가진 만 2세 정모군에게 지난 4월 27일 수술로 제세동기를 삽입해 심장 마비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는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QT연장증후군이란 심장세포의 전해질 이온통로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운동, 흥분, 소음과 같은 자극에 의해 갑자기 심실성 부정맥에 의한 실신 혹은 심장 마비가 올 수 있는 질환으로 심전도 및 유전자 검사로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생후 3 일째 숨쉬기 힘들어 병원을 찾은 정군은 병원에서 약물 치료를 하기 시작했으나 생후 3개월 때 갑자기 의식을 잃으면서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에 심실 세동(잔떨림)이라고 하는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견되었고 전기 충격 요법으로 겨우 생명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후 약 2 년 동안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약물 치료만 하고 있던 중 얼마 전 운동장에서 공을 차다 또 의식을 잃으면서 병원을 찾았다. 당시 심장마비 상태였던 정군은 응급실에서의 적극적인 심폐소생술로 위기를 넘겼다.
근원적인 치료를 위해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로 옮긴 정군은 병원에서 시행한 심장 검사를 통해 심근증과 QT 연장 증후군으로 인해 심실세동과 심장마비가 다시 재발할 위험이 아주 높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 경우 성인은 혈관 속을 통해 심장 안에 전기 관을 삽입하고 전기충격기능이 있는 제세동기를 가슴 상단에 삽입하게 되는데, 정군의 경우는 겨우 몸무게 9.6 kg 인 어린아이로서 그것이 불가능한 실정으로 언제 다시 심장마비가 닥칠지 모르는 상태였다.
소아청소년과 노정일 교수는 "일반인들은 어린이 심장 질환이라고 하면 심장에 구멍이 있거나 선천성 판막질환과 같은 선천성 심장 기형을 흔히 생각한다. 이때는 심장 수술을 하면 거의 대부분 성공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정군과 같이 약에도 잘 듣지 않는 악성 부정맥으로 갑자기 심장 마비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사망률이 매우 높고, 어린소아의 경우 치료가 힘들어 순식간에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아흉부외과 김웅한교수는 "부정맥 중 가장 어려운 어린이 심실세동이 진단된 아이였는데 최선의 치료법을 모색하다가 심장 밖으로 제 세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결정했다"며 “이 수술법은 성인의 경우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지만, 정군에 대한 수술성공으로 어린 소아에서도 제세동기 삽입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배은정 교수는 ”부정맥은 영아 및 청소년 돌연사의 중요한 원인으로서 한번 닥치면 진단도 모른 체 생명을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반복적 실신, 비특이적 경련, 심전도이상이 있으면 부정맥 전공 소아심장전문의에 의한 검진이 필요하며 QT 연장 증후군과 같이 치명적인 소아 부정맥일지라도 조기진단을 한다면 삽입형 제세동기를 포함해 올바른 치료로 많은 어린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