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계 중진들, 험지로 내몰릴 위험
장제원, 결정 반경 넓어졌다는 해석
당 일각, 이번 결정 미풍에 그칠 수도
하태경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두고 '윤핵관'과 '비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3선 중진 의원의 험지 출마에 당은 호재를 맞았다는 평가가 다수지만, 총선 출마 예정자들에게는 저 마다의 유불리가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0일 “석동현은 대통령의 나팔수”라며 “그 사람을 보내니까 하태경 의원이 떠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하 의원이 공천 낙마를 우려해 일찍감치 지역구를 떠났다는 것이다.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하 의원의 지역구였던 부산 해운대갑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도 8일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서 하 의원의 결정을 두고 “선당후사라기보다는 제 살길 찾는 거지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유야 어떻든 당은 하 의원의 ‘험지 출마’를 반기는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는 “‘탐욕스러운 제빵사 덕분에 우리는 맛난 빵을 먹는다’라는 말이 있듯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당이 윤택하게 됐으면, 아무것도 안 한 사람보다야 낫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서울로 치면 강남권인 부산 해운대를 내려놓고 험지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당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비윤(비윤석열)계 의원들이 험지 출마 압박에 내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내년 공천이 힘든 TK(대구경북)나 PK(부산경남) 4, 5선 의원들은 압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 의원이 당을 위해 옳은 결정을 한 건데, 그분들이 어떻게 불응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험지 출마를 피할 명분이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정치에 입문하는 친윤계 인사들이 보수 텃밭인 TK이나 PK지역에 공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특히 장제원 의원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 의원의 통 큰 결정을 따라 중진 의원으로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5일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주려면 장제원 의원이 결단할 시기가 됐다”며 “공천 변화를 제대로 하려면, 윤핵관들이 불출마 선언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부산 사상구가 지역구인 장 의원은 내년 총선 현 지역구에서 4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그의 부산시장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 의원이 지난해 8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몸을 낮췄던 만큼 불출마 선언 시 사무총장 등 당의 요직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장제원 의원이 지금 불출마해도 2년의 시간을 보낼 위치가 마땅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 의원의 이번 결정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용호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으로선 제2, 제3의 하태경 의원이 나오기는 좀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6월 말 민주당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서초을 지역에 출마를 밝혔지만 큰 반향은 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