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유인책을 강화한다. 모태펀드 루키리그를 연내 개편하고, 내년부터 모태펀드 출자사업과 자펀드 관리 보수에 인센티브를 적용한다. 중기부 산하기관인 한국벤처투자에 대한 성과 중심 보수체계와 책무구조도가 내년 상·하반기에 잇따라 도입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5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벤처투자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고금리와 글로벌 긴축재정의 영향 등으로 벤처캐피탈(VC) 업계의 신규 출자자 모집에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 할 경우 투자심리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마련됐다.
중기부는 과감한 벤처투자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이번 방안의 초점을 맞췄다. 키워드는 △도전적 투자 유도 △시장친화적 운용 △감독체계 선진화 크게 3가지다.
이번 방안에서 정부는 루키리그에 매년 모태펀드 출자금액의 10% 이상을 배정하기로 했다. 신생 벤처캐피탈의 시장 진입과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루키리그 신청이 가능한 VC 요건을 올해 안에 업력 3년 이내에서 5년 이내로 늘리고, 운용자산 규모는 500억 원 미만에서 1000억 원 미만으로 개편한다.
루키리그는 신생·중소형 VC의 전용 모태펀드 출자 분야다. VC의 투자시장 진입과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적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달리 기존 VC가 활발히 활동해온 분야에 대해 일부 예산을 할당하는 보조성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루키리그 출자 비율이 일관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관리보수 기준도 개선한다. 상장 과정에서 회계기준 변경으로 부채가 확대되는 경우 투자결정의 합리성 등을 따지지 않고 획일적인 관리보수 삭감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초기 사업확장이나 자금유치 과정에서 자본잠식에 머무르게 되는 사례가 많지만 이같은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던 셈이다. 앞으로 정부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 확대는 감액평가에서 제외하는 등 감액평가 기준을 재설정해 관리보수가 삭감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또 2021~2022년에 결성된 펀드가 올해 조기투자를 집행해 투자 소진 목표를 달성하면 내년도 출자사업 선정에서 우대하기로 했다.
시장친화적인 모태펀드 운용을 위해 올해 12월 ‘모태펀드 출자전략위원회’를 신설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모태펀드 출자 계획을 매년 정부 중심으로 결정해 공개하니 업계 의견 수렴이나 예측가능성 제공이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관리보수 삭감 등과 같은 중요 사후관리 사항은 내년 2월부터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모태펀드 사후관리위원회’를 통해 심의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한국벤처투자가에 금융 관련 공공기관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도입한다. 한국벤처투자는 15년간 약 40조 원 규모의 벤처펀드 출자·관리를 맡아 왔다. 규모와 역할에 맞게 임원별 책무를 명확히 하고, 부서별 성과에 기반해 보수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모태펀드 수익률과 연동해 성과보수를 지급했다면 앞으로 국정과제 목표 달성, 업계 만족도 등을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벤처캐피탈 관리ㆍ감독 체계를 선진화한다. 현행 벤처투자법령 상 법령위반에 대한 제재기준이 포괄적이고, 처분 수위에 대한 별도 양정기준이 부재해 일관된 처분이 곤란했다. 이달 체계적인 양정기준을 마련해 일관성 있는 처분을 부과한다는 구상이다.
모태자펀드 규약에 비밀유지서약(NDA)을 추가하는 등 VC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투자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유사 아이템을 창업하거나 이전 직장의 포트폴리오 및 투자 검토 기업 정보를 활용해 투자를 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해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가 위축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내놓은 방안인 만큼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움직임에 시그널을 받는 효과는 분명히 있겠으나 정부의 지속적인 활성화 방안에도 경기 불확실성으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