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고객 '고수익 갈아타기' 급증

입력 2009-05-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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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상품 깨고 고수익 상품으로 이동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저금리 정책기조가 지속되면서 고객들이 예금이나 적금을 깨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똘똘한' 고객들이 부쩍 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월 4조9000억원 늘었다가 3월에는 2조6000억원 감소했다.

또 정기예금 회전율도 지난 3월 0.4회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가장 높았으며, 예·적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포함한 저축성예금의 회전율도 올 2월 1.1회에서 3월 1.5회로 상승했다.

◆저금리 상품은 가라

정기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평잔액으로 나눈 수치다. 그동안 0.1~0.2회 수준에 불과했던 정기예금 회전율이 급등했다는 것은 예금인출이 그만큼 빈번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월 말 51조7801억원에서 4월 말 48조7898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줄었으며 국민은행도 2월 75조9596억원에서 3월 75조8941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처럼 회전율이 높아진 이유는 6개월 미만의 단기상품이 많아짐과 동시에 금리가 낮은 예금을 깨고 주식이나 다른 고수익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저금리에 '지친' 고객들이 올 들어 증시의 상승세가 시작되자 보다 짭짤한 상품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행보는 단순히 예금을 깨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펀드를 담보로 대출도 서슴치 않고 있다.

신한은행의 펀드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1월 말 1274억원에서 4월 말 1448억원으로 13% 이상 증가했으며, 국민은행도 올 들어 펀드담보대출 잔액이 230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즉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펀드 수익률이 저조해 지자 고객들이 펀드 투자액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다른 고수익 상품에 직접 투자하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예년에 비해 예금이나 적금 해약에 대한 문의가 많아진 게 사실"이라며 "펀드담보대출과 관련한 문의도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고수익 상품이 '최고'

그렇다면 예금이나 적금까지 해약하고 나선 '똘똘한' 고객들의 자금은 어디로 간 것일까.

물론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예·적금을 해지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이 보다는 지난해 증시의 몰락으로 안전자산을 찾아 떠났던 고객들이 다시 증시로 이동하고 있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실제로 주식투자 대기자금 성격이 짙은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1월말 10조147억원에서 3월말 12조9422억원으로 두 달만에 3조 가까이 급증했으며, 4월15일 16조47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5월 들어 15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증시가 급락하면서 안전자산으로 옮겨 간 고객들이 최근 증시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고객들의 투자 규모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아직 증시의 불확실이 큰 만큼 직접 투자보다는 안전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고객들의 고수익 추구는 증시로의 이동뿐만 아니라 은행 상품내에서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청약 예·부금 가입자는 총 350만3744명으로 지난해 10월 말(382만3900명)에 비해 32만156명(8.4%)이나 감소했다.

반면 지난 6일 새롭게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은 사전 접수한 고객만 223만에 이르고 출시 후 열흘만에 300만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만능청약통장'으로 불릴 만큼 기존 청약예금이나 부금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점도 있으나 2년 이상 가입자에 대해 연 4.5%의 높은 이자를 주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 주택청약종합저축 출시 이후에 관련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상품이 좋고 금리가 높은 만큼 고객에게는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똘똘한' 고객들을 잡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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