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옵션만기일(14일) 코스피시장이 美증시 급락 여파로 1400선을 크게 하회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13일)는 밸류에이션 부담 논란으로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진 가운데 부진한 경제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급락세를 연출했다.
예상과 달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4월 소매판매 지표가 간만에 경기 우려감을 자극했고 4월 주택압류 신청이 2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요지수는 2~3%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난주 모기지 신청건수가 3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소식 또한 '주택경기 바닥'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뉴욕증시 급락 소식에 1390선에서 갭하락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에다 옵션만기일 관련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장 후반에도 낙폭을 줄이지 못한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33.57p(2.37%) 내린 1380.95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742억원 순매도로 이틀째 `팔자'에 나섰고, 기관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550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에 앞장섰다. 이에 맞선 개인은 6657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옵션만기일 KSP200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1만2610계약을 순매도(미결제 +908계약)하며 차익실현에 주력한 가운데,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대규모 차익거래 매도(-3633억원) 위주로 3652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수급을 악화시켰다.
美증시 급락 충격은 아시아 증시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닛케이지수가 2.64% 급락한 것을 비롯해 가권지수(-1.87%), 항셍지수(-3.04%), 상해종합지수(-0.90%), 싱가포르지수(-2.89%) 등 주요 아시아증시들이 일제히 떨어졌다.
증시가 급락하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사흘연속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3.40원 급등한 1267.20원으로 마감했다.
금융·건설株↓ MSCI지수 편입株↑..코스닥 강세 지속
원/달러 환율의 급등이 탐탁치 않은 금융주와 외화부채 보유주들이 급락했고, 미국 주택압류신청 사상최대기록 소식은 건설주들의 심리를 냉각시켰다.
환율이 반등하면서 랠리가 꺾인 금융주들의 약세는 이날도 지속됐다.
솔로몬저축은행(-6.34%)과 대우증권(-5.83%), 하나금융지주(-5.60%), 교보증권(-5.33%), KB금융(-4.82%), 우리금융(-4.59%), 현대증권(-4.32%), 기업은행(-4.05%), 제일화재(-4.03%), 미래에셋증권(-3.87%) 등 주요 금융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외화부채가 많은 한국전력이 5.42% 급락한 것을 비롯해 수입원가 부담이 다시 높아지는 오뚜기(-5.17%), 대한제당(-4.79%), 대상(-4.29%), CJ제일제당(-3.85%) 등이 일부 식료품주들이 약세를 나타냈다.
환리스크에 민감한 조선주들에도 경계매물이 늘어 현대중공업(-4.52%), 삼성중공업(-3.97%), 대우조선해양(-3.11%), 현대미포조선(-2.72%) 등이 동반 하락했다.
미국 지표 부진으로 경기회복 지연 우려감이 높아진데다 15일부터 사상최대폭의 철강가격 인하를 전격 결정한 포스코가 5.06% 급락하자 풍산(-6.41%), 동국제강(-4.99%), 고려아연(-4.05%), 세아베스틸(-3.77%), 포스코강판(-3.47%), BNG스틸(-2.97%) 등 주요 철강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이 회복 직전에 있다"는 그린스펀 약발은 하루밖에 가지 못했다. 주택압류 신청건수가 최대치를 기록하는 현실에 대한 불안감으로 GS건설(-5.22%)과 대우건설(-4.17%), 현대산업개발(-3.09%), 고려개발(-6.72%), 동부건설(-4.92%), 현대건설(-2.86%) 등의 건설주들이 큰폭 하락했다.
코스피 업종별로는 전기가스(-4.64%)와 철강금속(-3.81%), 은행(-3.30%), 증권(-3.28%), 건설(-2.99%), 기계(-2.94%) 등의 낙폭이 깊었고, 종이목재(0.04%)와 의료정밀(-0.75%), 섬유의복(-0.83%) 업종이 비교적 견조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압박을 받으며 대부분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1.43% 떨어진 것을 비롯해 SK텔레콤(-1.38%), 신한지주(-3.81%), 현대차(-1.69%), LG디스플레이(-4.05%), KT&G(-2.20%) 등의 시총 상위주들이 대거 하락했다.
반면 환율 상승과 함께 2분기 실적개선 기대감이 살아있는 LG전자(0.93%)와 현대모비스(2.91%)는 오름세를 탔다.
코스피시장의 급락에도 불구 코스닥시장(0.15%)은 쌍끌이 매수를 등에 업고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최고치 경신행진을 이어갔다.
MSCI 한국 스탠더스 지수에 신규로 편입돼 오는 29일 장 마감 이후부터 적용되는 셀트리온(8.14%)과 SK브로드밴드가 MSCI 한국 스탠더드 지수 추종 펀드들의 향후 편입 기대감으로 동반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CJ오쇼핑(2.40%)과 성광벤드(2.56%), 태광(0.41%), 평산(2.06%), 차바이오앤(1.06%), 엘앤에프(0.33%), 네오위즈(6.40%), SK컴즈(2.46%) 등의 시총상위주들도 코스닥시장의 차별적 강세에 기여했다.
한편 자전거 관련주들은 나흘째 랠리를 지속하며 불을 뿜었다. 참좋은레져와 삼천리자전거, 에이모션, 계양전기, 에스피지 등이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고, 극동유화(12.28%), 국도화학(3.14%), 한국카본(3.29%) 등의 관련주들도 강세를 나타냈다.
'유동성의 힘' 테스트
잘 나가던 글로벌 증시가 제법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그러나 두달간 쉬지않고 랠리를 펼친 글로벌 증시가 이번주 들어서는 모멘텀 공백과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인해 조정압력을 받게될 것으로 어느정도 예상돼온 터라 이날 증시에서 개별 종목들의 하락률은 지수낙폭에 비해서는 크지 않았다.
과거 같으면 이정도의 지수 급락에 하한가가 속출할 수 있었겠지만 이날 증시에서 10% 이상 급락하는 종목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지수급락에도 5% 이내의 조정에 그친 종목들이 많았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아직 랠리가 꺾이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저가 매수심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 된다.
S&P500지수는 지난달 20일 이후 가장 큰 조정을 보였으나 아직 20일선, 일목균형표 기준선 등 의미있는 지지선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모습으로 아직 눌림목 조정의 범주내에 위치해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앙지라 할 수 있는 미국 주택시장의 회복 기대감이 '월별 최대 주택압류신청'과 '소매지표 악화'라는 겹악재를 만나면서 순간 소멸되는 형국이다.
고용 악화(실업률 고공행진)로 인해 소비가 줄고 모기지(주택대출) 연체자들은 늘어나면서 빚어진 결과로 추정된다.
그간 글로벌증시의 랠리는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결정적인 경기지표가 아니라 '예상보다 나은' 경기지표에 기반해 전개돼왔다. 성격상 심리적 요인이 강한 증시의 '경제 컨센서스'는 고무줄처럼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재료와 지표를 긍정적으로 수용해온 투자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당장 기업 펀더멘탈과 경기에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GM의 파산보호 신청, 인력감축 등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감안시 고용시장의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은 L자형으로 완만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상황인지라 당장 세계경제가 벌떡 일어설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다.
그렇다면 현재 시장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유동성'뿐이다.
밸류에이션 부담에다 심리가 다소 악화되기는 했지만 3월~4월 랠리의 실질적인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유동성에는 아직 심각한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조정다운 조정없이 8주간 숨가쁘게 올라온 글로벌 증시가 '유동성의 힘'을 테스트 받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미 나스닥지수가 20일선을 이탈한 가운데 상징적 의미가 더 큰 S&P500지수가 변곡점에서 상승전환에 성공하는지 우선 지켜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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