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위기 해소됐지만 수요 부족 현상
중국 내수시장 약화 및 소비구조 변화가 원인
전 세계적으로 물건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주요국의 70%에서 제조업 위축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8일 보도했다.
S&P글로벌이 집계한 7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를 기록해 11개월 연속 50을 밑돌았다. 특히 주요 29개 국가·지역 중 70%가 50을 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유럽에서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PMI는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그 아래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또 다른 지표 역시 제조업 위축 국면을 시사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집계하는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GSCPI)’는 지난달 마이너스(-)0.9를 기록해 6개월 연속 0을 밑돌았다. 지난 5월에는 리먼 사태 당시인 2008년 11월에 기록한 최저치(-1.59)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GSCPI는 월가의 여러 공급망 관련 지수를 통합해 산출하는 것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0을 기준으로 플러스(+)는 공급 제약의 심화, 마이너스(-)는 공급 제약의 해소 및 수요의 감소를 나타낸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던 공급 제약은 해소됐지만 제조업은 여전히 실수요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전 세계에 물가 상승 압력을 가져온 공급망 대란은 해소됐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한 것도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수요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제조업은 또다시 어려움에 빠지고 있다. 닛케이는 “(수요 감소 폭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와 견줄 정도”라고 설명했다.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는 중국 내수시장 약화와 소비 구조의 변화가 꼽힌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6월 수입액은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수준을 밑돌았다. 수입은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이어오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니콜라스 히에로니무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판매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회학기업 바스프의 마틴 브루더뮐러 CEO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이 (대규모 재정지출로) 세계를 구한 것과 같은 일은 하반기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소비 형태의 변화로 글로벌 경제의 서비스업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제조업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원자재 정보 분석 업체 S&P글로벌커머디티인사이트의 리 데진 연구원은 현재의 수요 감소 현상과 관련해 “코로나19로 소비가 재화에서 여행 등 서비스로 전환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서비스업의 고용 증가가 글로벌 경제의 ‘연착륙’ 시나리오를 지탱하고 있지만, 제조업에서의 감원이 더욱 확대돼 서비스업이 제조업 인력을 흡수하지 못할 경우 침체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는 “각국이 새로운 재정정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 둔화 리스크는 여전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