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나리자는 韓 경제 보고 과연 웃을 수 있을까

입력 2023-07-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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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이 어제 ‘한국 경제의 다섯 가지 모나리자 모호성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냈다. ‘모나리자 모호성’이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를 비유적으로 전망한 데서 유래한 용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모나리자가 미소를 짓는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위시한 지구촌 경제를 내다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현대경제연 보고서 역시 우리 경제에서 뚜렷한 방향성이 안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이 그렇다고 철학 혹은 신학 대상과 거리가 먼 일국 경제에 대해 불가지론을 편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국내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와 미래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지수가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면서 모나리자까지 거론했지만, 국가적 아킬레스건으로 기초 체력 약화를 지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잠재성장률 하강 문제를 버려둔 채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단언한 셈이다. 따끔한 일침이다.

적신호는 이 보고서에서만 켜진 것이 아니다.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금융업을 제외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월 ‘종합경기 BSI’가 93.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BSI 기준선은 100이다. BSI가 이보다 높으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긍정적, 낮으면 부정적이란 뜻이다. 그런 만큼 이번 지표가 반가울 까닭이 없다. 더욱이 기준선 하회가 이번으로 17개월째이니 설상가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따끔한 일침이다.

앞서 전날 공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뼈아프다. IMF는 수정 보고서를 통해 종전 1.5%에서 1.4%로 전망치를 낮췄다. 전망치 하향조정은 올해 들어 벌써 5번째다. 한국 경제에 대해 연속적으로 사이렌을 울리는 격이다. IMF는 이와 달리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대해서도 올려 잡았다. 한국만 열외로 취급하는 결과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반사이익 등이 우리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거의 없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 내부 지표도 매한가지다. 한국은행은 그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민간 소비, 건설·설비 투자,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는 와중에 성장률이 소폭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것이니 속은 빈 쭉정이나 마찬가지다.

어찌해야 하나. 합리적 고민과 기민한 행동이 필요하다. 현대경제연 관계자는 “외수 의존성이 높은 경제는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서비스업 비중 확대 등 체질 개선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족할 수는 없다. 각종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 세제 개편을 통한 투자 유도 또한 서둘러야 한다. ‘중국 특수’ 미련을 접고 시장 다변화 등 새길 찾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한국 경제를 보고 웃게 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일선 기업과 함께 부지런히 뛰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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