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기업들,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화’
혁신기술은 많아도 정작 채택·활용에는 신중
생산성 개선 속도 더뎌져 직원들 급여에도 영향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의 AI 기술 채택과 활용 속도가 직원들의 급여는 물론 국가 경제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가 ‘일본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혁신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정작 기술 활용에 있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는 이야기다.
일본은 한국을 제외하면 연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내는 나라다. 실제로 일본은 QR코드와 리튬이온 배터리, 3D프린팅 기술 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각종 신기술 관련 특허를 확보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 사회는 이 같은 특허 기술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수도 도쿄에서는 여전히 현금 이용 비중이 높고, 대기업 공급망 관리에서 컴퓨터가 쓰인 비율이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겨우 47%를 찍었다. 이는 같은 기간 95%를 기록한 뉴질랜드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 지역은행의 3분의 1은 2017년까지도 ‘구시대 유물’로 통하는 사무처리 언어프로그램 ‘COBOL’을 사용했다. COBOL은 인류가 달에 처음 발을 디디기 10년 전에 개발된 언어프로그램이다.
특히 최근 20년 사이에 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줄 각종 기술과 혁신이 등장했지만, 기업들의 채택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머신러닝을 채택한 미국 기업은 1.6%에 그쳤고, 같은 기간 미국의 제조 기업의 6.7%만이 3D프린팅을 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기업들이 경영에 있어서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비중도 5년째 25%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 기업의 5분의 1가량이 여전히 자사 웹사이트가 없다.
문제는 기업들의 혁신기술 채택 속도가 느릴수록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은 떨어질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곧 직원들의 급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영국을 기준으로 가장 생산성이 높은 기업 근로자가 생산한 상품·서비스 가치는 2010년 평균 9만8000파운드였는데, 2019년에는 10만8500만 파운드어치로 올랐다. 반면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변화가 없었다. 이를 반영하듯 영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생산성이 떨어지는 하위 10% 기업의 직원 평균 임금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AI는 다른 혁신 기술보다 더 빠르게 경제 전반에 확산할까.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이 AI 기술을 토대로 완전히 스스로 재편성할 때 가장 큰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신중 모드’인 듯 하다. 웹호스팅업체 ‘고대디’에 따르면 미국 중소기업들의 약 40%가 AI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