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만 원 근접한 최저임금, 결정구조도 손보자

입력 2023-07-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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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정해졌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1832원이며, 월급(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따지면 206만740원이다. 올해(9620원)보다 2.5%(240원) 올랐다. 이 결정액은 다음 달 초 고시돼 내년 시행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의 승부는 9회 말이 마무리될 때까지 알 수 없다는 말이지만 이번 최저임금 결정 문제를 놓고도 통할 말이다. 우선 내년 결정액을 놓고 노동계 내부적으로 논란이 불가피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어제 새벽 결정에 앞서 공익위원 중재안으로 9920원이 제시됐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측이 수용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표결이 진행됐고 17 대 8로 사용자 위원안(9860원)이 최종 채택됐다. 노동계로선 시급 60원의 손실을 자초한 결과다. 민노총이 뭔 득을 보자고 중재안을 거부했는지 알 길이 없다. 노사가 화합과 상생의 길을 찾는 대승적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손실이 크다. 민노총이 한 걸음만 물러섰어도 2008년 이후 15년 만에 대승적 합의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민노총의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소모적인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언제까지 못 본 체할 것이냐는 문제다. 올해 협상은 110일 소요됐다. 법정 시한을 넘겨 역대 최장 기간 기록을 새로 썼다. 그 과정도 볼썽사나웠다. 회의는 첫날부터 양대 노총 관계자들이 흡사 강성 경쟁을 벌이듯 회의장에 난입해 파행으로 시작됐다. 무법·저차원 무대의 속성을 고스란히 고백한 것이다. 이런 무대에서 지역·산업별 차등임금 적용 등 국가적으로 긴급한 현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꼴이 되지 않으려면 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포함한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

전임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은 시급 6470원(2017년)에서 9160원(2022년)으로 42% 급증했다. 물가상승률 9.7%의 4배가 넘는다. 겁 없는 폭주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18년(16%)과 2019년(11%) 2년 동안 ‘소득주도성장’이란 엉터리 이론을 앞세워 대폭 올리는 바람에 국가 경제가 여간 큰 타격을 받은 게 아니다. 현행 결정구조가 그런 폭주의 한 원인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많은 소상공인이 2.5%에 그친 이번 인상을 놓고도 폐업을 고민하고 ‘알바’ 운용과 같은 편법을 곁눈질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어떤 방식으로 임금을 정해야 국가와 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이제부터라도 중지를 모아 고민해야 한다. 차등적용에 대한 토론과 타협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노사 힘겨루기에 맡기는 대신 정부와 국회가 책임을 지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도 검토 대상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 나아가 최저임금 결정주기를 2~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고민할 일이다. 최저임금제가 없는 선진국도 한둘이 아닌데 결정주기를 손보는 것조차 엄두도 내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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