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도 “7월 인상 가능성 커”
일본은 정책 변화 가능성 시사
전 세계 기준금리 평균 5.9%에 달해
고금리에 기업 파산 급증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추가 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현재 통화 긴축 정도가 충분하지 않다”며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움직이는 방안도 고려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예고했던 연내 2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잇달아 이뤄질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파월의 이번 발언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었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인상과 동결을 반복하는 ‘퐁당퐁당’ 방식을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긴축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을 살피면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파월 의장은 매우 강력한 노동시장을 인플레이션 고착화의 원인으로 꼽고, 경제에 제약적인 수준의 고금리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제약이 다가올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와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도 추가 긴축 필요성에 공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 인상 중단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며 “경제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 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베일리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일본은행도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현재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2%를 밑돌고 있어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면서도 “내년 고물가가 확실시되면 통화정책을 변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약 1년간 이어온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에도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은 예상만큼 둔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막바지에 이를 전망이었던 글로벌 긴축 기조도 장기화하는 추세다. BOE는 이달 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p)로 확대했고, 기준금리 인상을 잠시 멈췄던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문제는 세계 경제가 길어진 긴축 기조를 버틸 체력이 남아있느냐다. 글로벌 기준금리는 이미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달했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기준금리 평균은 이달 5.9%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진국으로 좁혀도 4.1%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높은 수준이다. 선진국 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난해 2월 시점에는 불과 0.1%였다.
금리가 더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은 가중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2일 기준 전 세계 파산 신청 기업은 324곳으로 지난해 전체(374개사) 수준에 육박했다. 무디스는 글로벌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이 연말까지 장기 평균인 4.1%보다 높은 4.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