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뽑기’ 과감히 제거…초반 스토리 퀄리티 인상적
전투 경험은 ‘글쎄’…‘공성전’까지 이용자 어떻게 붙잡을 지 관건
엔씨소프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다섯 번째 플래그십 타이틀 ‘쓰론앤리버티(TL)’가 일주일간의 베타테스트를 마쳤다. 엔씨는 총 1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참가한 이번 테스트에서, 기본적인 게임 콘텐츠뿐 아니라 BM, 길드, 거래소 등 거의 대부분의 콘텐츠를 공개했다. 실제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투데이도 테스트에 참가해 게임을 플레이해보며 느낀 장단점을 공유한다.
◇과감하게 포기한 ‘확률형 BM’과 퀄리티 높은 스토리는 합격점=엔씨가 TL을 통해 글로벌 유저까지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만큼, 그간 주요 수익모델(BM)로 자리잡았던 ‘확률형 뽑기’를 과감히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게임의 주요 BM은 ‘패스’ 시스템과 소모품, 꾸미기 등으로 이뤄졌다. 대량 과금으로 캐릭터의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확률형 뽑기’와 달리, 패스 시스템은 꾸준한 플레이가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많은 이용자가 우려했던 장비와 변신, 펫(아미토이), 컬렉션 역시 대부분이 게임 내에서 수급해야 했고, 능력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편의성 위주로 구성됐다. 전체적으로 테스트 기간 공개된 BM에선 확실히 ‘돈 쓰는 맛’보다 ‘하는 맛’에 집중하겠다는 포부가 읽혔다. 물론 정식 출시 단계에서 BM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TL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최문영 PDMO가 “글로벌 유저가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 개발진의 의지”라고 강조한 만큼 현재 모습과 크게 달라진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래픽과 스토리 역시 기존 리니지와 차별화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퀘스트와 지역 이벤트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단순 ‘N마리 사냥하기’에선 벗어난 모습이다. 특히 중간 중간 등장하는 대화씬이나 컷씬에서도 이용자의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했고, 2D로 구성된 컷씬의 퀄리티도 높은 편이었다. 여기에 대부분 풀 더빙이 적용된 점도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다.
◇린저씨와 PC·콘솔 유저 모두 잡기엔 2%씩 부족한 전투 경험=다만 사냥·전투 부분은 여전히 다소 밋밋한 느낌을 줬다. TL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이용자 캐릭터와 몬스터가 서로를 대상으로 지정해 공격하는 ‘타게팅’ 형태이고, 이동 공격이 불가능했다. 제자리에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이전의 리니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편의성을 위해 구현해 놓은 자동이동ㆍ사냥(스텔라포스)은 기존에 PC나 콘솔에서 트리플A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에겐 어색함과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전투의 지루함을 상쇄하는 요소로 가미된 ‘패링(반격) 시스템’ 역시 비교적 단순해, 이들 이용자 층에겐 ‘컨트롤’로서 크게 어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굳이 TL을 꼭 PC와 콘솔로 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반면 기존에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즐기던 린저씨들에게 ‘패링 시스템’은 진입장벽이 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할 때는 어느 정도 이동을 통한 회피나 패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게임이 복잡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린저씨와 PC·콘솔 유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접목한 시스템들이 양쪽 이용자에게 오히려 진입장벽이 되는 상황이다.
결국 게임의 진가는 한국형 MMO의 특징인 공성전 등 진영 간 대규모 RVR(진영전) 콘텐츠에서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TL이 확률형 BM을 과감히 덜어내면서 게임에 대한 초기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만큼, 정식 출시 이후 대규모 전투까지 양쪽 이용자 모두를 끌고 갈 수 있을 것인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