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이상 지속된 제2차 세계화가 금융위기 이후 종료되면서 한국의 수출주도형 성장시대도 끝이 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세계 교역 둔화 속 국제 공조를 위한 노력과 민간 소비를 확대해 수출과 동반 성장하는 성장 체제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조언이다.
산업연구원은 25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제2차 세계화의 종언과 한국경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최근 교역환경의 중장기적 변화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화를 세계교역과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라 정의할 때 세계 경제는 산업혁명 이후 두 차례 세계화를 경험했다. 그러나 2차 세계화는 금융위기 이후 종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교역 둔화로 한국의 수출주도형 성장도 끝이 났다는 점이다.
세계교역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인 1990~2007년 평균 대비 최근 10년간 절반 수준 이하로 둔화했고,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훨씬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1990~2007년에는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2배 이상 높았지만, 최근 10년의 수출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소폭 밑돌았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관련 수출 특수가 있었던 기간을 제외하면 수출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에 1%포인트 이상 못 미친다.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친다면 더 이상 수출주도형 성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의 수출주도형 성장도 세계화 종언과 함께 종료됐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좋아질 가능성은 있는가? 이 역시 암울하다. 산업연구원은 미·중 갈등이나 선진국의 보호주의적 산업정책은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향후 세계교역 환경은 지금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미·중 갈등이 세계 경제 디커플링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와 교역은 더욱 침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국제기구 역시 전면적 디커플링의 경우 세계 GDP를 최대 7%, 관련국 GDP를 최대 12% 감소시키는 심각한 충격을 미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 미·중 모두와 교역 비중이 높고 중간재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수출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연구원은 대안으로 교역 환경 악화를 막기 위한 국제 공조 노력과 내수 활성화를 꼽았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세계 경제 디커플링이 한국의 이해관계에 부합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자유롭고 비차별적인 국제교역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국제 공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출의 성장 기여 하락을 보전하기 위해 내수 활성화를 통해 민간 소비와 수출이 성장을 동반 견인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