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다양한 산업에 접목돼 주목받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도 AI를 기반으로 한 혁신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도 디지털 강화를 기조로 더 효율적이고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인 일처리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AI의 역할이 강조될 전망이다.
25일 국회 신성장산업포럼이 주최한 'AI 기반 금융혁신 방안: AI와 금융시장의 미래' 토론회에서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이 같이 밝혔다.
이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산업별 AI 채택 비중을 조사한 결과, 금융분야가 자동차·부품에 이어 두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AI는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이 하지 못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인간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관된 의사결정을 도출할 수 있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작업을 더 빠른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특히 AI는 금융회사가 요구하는 작업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제한도 없어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 챗GPT처럼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챗봇이나 가상비서 등을 통한 고객 서비스, 투자 및 포트폴링오 관리, 신용평가·대출심사 등을 위한 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와 준법감시 지원, 사기 및 위험 탐지, 디지털 콘텐츠 작성과 관리 등에서 활용이 가능해 은행들의 이자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현재 금융분야에서 AI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금융업권의 500개 이상 금융사 중 31%가 사기거래 탐지, 28%가 대화형 AI, 27%가 알고리즘 트레이닝, 23%가 투자관리, 22%가 포트폴리오 최적화, 19%가 부도 예측과 마케팅 최적화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AI에 투자하고 있다.
챗GPT처럼 대화형 AI의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에리카(Erica)'를 들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10월 기준 3200만 명의 이용자를 유치했다. 일 평균 150만 명의 이용자에게 문자와 음성 대화를 통해 계좌조회, 카드관리, 개인송금, 거래보고, 투자조언 등 다양한 유형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상반기까지 에리카 이용자가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예금 등 금융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를 소개시켜 주는 기능도 탑재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신용평가 등 핵심 금융업무 및 대고객 업무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전사적 AI 조직 신설 등 디지털전략의 핵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금융업무 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업무 자동화, 금융권 특화 AI 개발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전히 숙제도 있다. 국내 AI에 대한 연구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AI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노동력이 가장 풍부한 중국은 2021년 말 기준 전 세계 AI 논문 중 39.78%를 차지했다. 이어 유럽연합(EU)과 영국이 15.05%, 미국 10.03%로 이들 국가가 전 세계 AI 논문의 6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AI 관련 투자 역시 큰 격차를 보인다. 한국의 경우 2013년부터 2022년까지 AI 신규투자를 위해 145개 회사가 55억7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4643개 회사가 2489억 달러를, 중국은 1337개 회사가 951억1000만 달러, 영국은 630개 회사가 182억4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개인정보 보호 등 윤리적 문제나 내재된 편향성, 책임 부족 문제 역시 지적된다.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개인정보 활용 자체가 사생활 침해에 대한 여지가 있고,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편향성이 나타나 부당한 차별이 이뤄질 수 있다. 자체 오류나 외부 해킹 시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로 인한 책임 소재의 불명확한 부분은 향후 도덕적 해이로 이뤄지고, 금융회사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8월 금융분야 AI 활용 활성화 및 신뢰 확보 방안을 발표하고 18개 과제를 선정했다. △양질의 빅데이터 확보 지원 △AI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립 △신뢰받는 AI 활용 환경 구축 등 과제에서 현재까지 11개가 완료된 상황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 책임있는 AI에 대한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리적이고 개인정보 유출 방지 등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금융분야의 AI 개발 촉진을 위해서는 민·관 합동 투자를 확대하고 핀테크와 금융사 간 협업 환경을 조성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