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납북어부 귀환’ 피해자 100명 직권재심…“명예회복에 최선 다하라”

입력 2023-05-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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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안납북귀환어부 생존자 및 유가족들이 4월 12일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춘천지검의 직무유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수진 기자 abc123@)
▲ 동해안납북귀환어부 생존자 및 유가족들이 4월 12일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춘천지검의 직무유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수진 기자 abc123@)

1968년 동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한 뒤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유죄를 선고 받은 어부 100명에 대해 검찰이 직권 재심청구 절차에 들어간다.

16일 대검찰청은 전국 5개 관할 검찰청에 직권재심 청구절차 착수를 지시했다. 이는 이 사건으로 형사처벌된 피고인들에 대해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는 첫 사례다.

1953년 군사정전협정 체결 후 납북어부 사건이 다수 발생하며 1987년까지 459척의 어선과 3648명의 선원이 납북된 바 있다. 당시 북한의 무장공비 침투 등 대남공작이 증가하며 남북의 긴장수위가 높아지자 정부는 1968년 어로저지선을 넘어 조업하다가 납북된 선원은 사실상 간접적인 간첩이라고 규정했다.

그 결과 많은 납북어부들은 귀환 즉시 수사기관에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고 반공법 위반(탈출ㆍ찬양고무 등), 국가보안법 위반(금품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부분 영세어민으로 가장이었던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 구금되며 가족들은 생존을 위해 뿔뿔이 흩어지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번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 100명은 1969년 5월 28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으로 일괄 귀환한 ‘기성호’ 등 선박 23척의 선장과 선원 150명 가운데 현재까지 재심이 청구되지 않은 피고인들이다. 이들은 귀환 후 석방될 때까지 장기간 구금되는 피해를 입고 출소 후에도 반공법 위반의 낙인으로 정상적 생활이 어려웠다.

관할 검찰청은 춘천지검, 강릉지청, 속초지청, 대구지검, 영덕지청이다. 앞서 속초지청은 지난해 11월 24일 납북귀환어부 9명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고 무죄 구형, 같은 해 12월 21일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대검은 “검사가 직권으로 재심절차를 수행함에 따라 피고인 또는 유가족이 스스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어려움을 덜고 신속한 명예회복과 권리구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이원석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마약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원석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마약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도 “검찰의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허물이 있을 수 있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며 논어의 ‘과즉물탄개’ 구절을 언급하면서 “‘제주4‧3사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와 마찬가지로 납북 귀환어부에 대해서도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신속한 명예회복과 신원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검찰의 직권재심 소식에 김춘삼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모임 대표는 입장을 내고 “검찰의 직권재심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당시 납북귀환어부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일에 있어 검찰은 방조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주도한 책임자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직권재심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진실화해위의 권고대로 검찰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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