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대포장 줄이기, 中企도 동참을

입력 2023-05-12 05:00 수정 2023-05-1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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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베개를 바꿨다. 쓰던 제품이 마음에 들어 같은 걸 다시 사기로 했다. 이불 하면 생각나는 이름의 중견기업에서 출시한 수면 자세 유도 베개였는데, 화려한 포장이 시선을 끌었다.

베개 전용 커다란 파우치와 개별 커버도 각각의 비닐 파우치에 담아 배송됐다. 정성스럽게 신경 쓴 게 보였다.

좋은 제품을 받았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종이 상자와 비닐, 파우치 등을 처리하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상자와 비닐은 분리배출 한다지만, 플라스틱 비닐 소재의 대형 파우치가 문제였다. 분리배출 표시가 없는 거로 봐선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했다. 베개 수명이 2~3년이라는데 그사이 이사를 가면 모를까 베개 파우치가 필요한 일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과대 포장은 환경오염 주범이 된 지 오래다. 유럽 플라스틱산업협회인 플라스틱스유럽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6700만 톤에 달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2030~2035년에는 2015년의 두 배, 2050년에는 세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각국 정부와 기업이 내놓은 플라스틱 감축 약속을 모두 지킨다고 해도, 연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양은 고작 7%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라고 한다.

포장이 잘 돼 있으면 제품을 처음 받은 고객은 기분이 좋다. 그런데 요즘은 환경을 생각해 포장 하나라도 줄이는 게 흐름이다. 미국 맥주 브랜드 쿠어스라이트는 지난해부터 묶음 판매용 플라스틱 고리를 판지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고, 질레트는 면도기를 감싸는 내부 포장 소재를 플라스틱에서 골판지로 바꿨다. 덴마크 완구 업체 레고 역시 블록을 담는 속 비닐봉투를 종이봉투로 전환했다.

사실 포장재로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쓰는 것은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하긴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동참한다면 환경 오염을 줄이는데 작은 보탬이 되지 않을까. h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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