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근무 중 아닌 야유회서 술 먹다 실족사…대법 “국가유공자 아냐”

입력 2023-05-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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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고로 인한 8시간 대수술서 회복 못해 사망

‘국가유공자 유족 非해당 결정 취소’ 소송 제기
1심 원고 패소→2심 일부 승소→大法 파기환송
“치료‧수술까지 직무로 보면 보훈범위 과도해져”

군대에서 정상 근무 중이 아닌 야유회를 갔다가 실족사한 경우 추락 사고가 직무수행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어서 ‘재해 사망 군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육군 단기복무 부사관 A 씨의 유족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국가유공자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하사로 임관해 복무하던 중 2003년 7월 17일 소속 부대 중사들과 함께 야유회를 갔다 독신자 간부숙소로 귀가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30분께 숙소 출입문 열쇠가 없어 높이 12m의 옥상에서 4층 방실 창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바닥에 추락했다.

A 씨는 그 다음날인 2003년 7월 1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병원으로 후송돼 2주일가량 두개골 기저부 골절, 요추의 다발성 골절, 다발성 찰과상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약 8시간에 걸친 수술을 마치고 전신 마취에서 각성시키는 회복 과정에서, 심장박동이 돌아오지 않아 사망했다.

A 씨의 모친은 2020년 6월 25일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했으나, 보훈처는 같은 해 11월 11일 국가유공자 유족 및 보훈보상대상자 유족 등록거부 처분을 내렸다.

▲ 6월부터 ‘국가보훈부’ 승격을 앞둔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 6월부터 ‘국가보훈부’ 승격을 앞둔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에서는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기 위해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망인의 사망 원인이 법령에서 정한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의 인정 범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사망이 국가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을 주된 원인으로 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국가유공자 유족 비(非)해당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보훈보상대상자에는 해당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직무수행의 범위 및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군인이 군병원에서 치료와 수술을 받는 행위를 ‘직무수행과 관련된 준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 최초 상이의 원인이 직무수행‧교육훈련과 무관한 경우에도 치료나 수술과정에서 사망하면 모두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보훈보상대상자의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만약 이 사건 추락 사고가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으로 인해 발생했고 그 치료나 수술과정에서 망인이 사망한 것이라면, 추락사고와 치료나 수술행위를 일체로 보아 직무수행과 관련성을 인정해서 ‘재해 사망 군경’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이 사건 추락사고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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