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주식 팔아야하나”…코스피 2500선 붕괴

입력 2023-04-25 15:51 수정 2023-04-2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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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거래일 만에 2400선 털썩…‘셀 인 메이’ 가능성은?
밸류 부담 상장사 실적 줄하향…더딘 경제회복·원화 약세 등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에 1% 이상 하락하며 2500선이 붕괴됐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4.48(1.37%)포인트 하락한 2489.02를 코스닥 지수가 16.52(1.93%)포인트 하락한 838.71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원 하락한 1332.2원을 나타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에 1% 이상 하락하며 2500선이 붕괴됐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4.48(1.37%)포인트 하락한 2489.02를 코스닥 지수가 16.52(1.93%)포인트 하락한 838.71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원 하락한 1332.2원을 나타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오래된 증시 격언인 ‘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가 피부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꾸준히 상승해 왔던 코스피지수가 꺾이기 시작하면서다. 2010년 이후 국내외 증시 월평균 주가 등락률만 보면 ‘Sell in May and go away’는 불패의 경험칙에 해당한다. 최근 15년(2008~2022년) 코스피지수의 5월 평균 수익률은 -0.64%다. 코스닥지수도 -0.02%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는 3월 말까지 랠리를 보였고 이후 고점에 머물며 변동성이 크게 낮아졌다. 국내 증시는 4월 한 차례 더 상승한데다가 코스닥 지수의 올해 수익률은 전 세계 1위 수준을 기록했다. ‘5월에 주식을 팔고 도망가라’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

코스피 12거래일 만에 2400대로 주저앉아

25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4.48포인트(1.37%) 하락한 2489.02에 마감했다. 이달 10일 2500포인트를 돌파한지 12거래일 만에 다시 2400포인트대로 내려왔다. 4거래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14일 900포인트를 돌파한 뒤 내리막을 걸을며 이날 1.93% 하락한 838.71포인트로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코스닥, 선물시장에서 1조 원 가까이 내다 팔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4월 중 결산 배당을 받고 5월이 되면서부터 보유 주식을 파는 경향을 보이면서 증시가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가를 받쳐주지 못하는 기업 실적은 5월 약세장에 힘을 싣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21배다. 최근 5년 평균인 11.6배보다 높은 수치다. PER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익 수준에 비해 주식이 그만큼 비싸다는 뜻이다. 또 환율과 금리 등이 3~4월 기대했던 우호적인 시나리오를 선반영해 둔 상황에서 5월 중 확인되는 이벤트 결과와 경제지표들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5월 증시 약세론을 부추긴다.

다올투자증권은 “한국 증시는 어느덧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고점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며 “이익 전망치의 하방이 다소 안정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사상 최고치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미국 금리 전망 놓고 연준ㆍ시장 ‘동상이몽’…부채한도 협상 ‘뇌관’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변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5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90.5%, 동결 가능성은 9.5%다. 이에 따라 연준이 5월 0.25%포인트 금리를 올리고 당분간 동결 기조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장은 9월 또는 11월 FOMC 이후 0.50%포인트 금리인하, 내년 1.50%포인트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그동안의 금리인상 누적효과와 은행권 디레버리징 영향을 반영한 경기둔화와 물가 통제력 확보가 전제될 경우 연말을 전후에 1~2회 수준의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장이 적어도 7월 FOMC까지는 5월 금리인상이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는 의구심에 시달릴 개연성이 크고, 금리인하 기대를 상당수준 되돌릴 소지도 있다. 물가는 신축적으로 하락하는데 연준이 금리동결 기조를 고수할 경우 주식시장 할인율의 근간이 되는 실질금리가 올라 증시 재침체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은 금융시장의 뇌관이다. 6월까지는 대책이 나와줘야 하는데 협상에 진전은 없고 한도 시일은 다가오고 있다. 부채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것이다. 3월 말 미국 연방부채는 31조5000억 달러(약 4경1942조2500억 원)로 부채한도인 31조4000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미 재무부의 비상조치 기간 내 부채 한도를 높이지 못하면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와 유사한 여파가 금융시장에 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1년 당시 막판까지 여야 타결이 이뤄지지 않아 디폴트 위험까지 거론되고 국가 신용등급까지 하향 조정되는 사태를 겪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과 시장(연준은 연내 5.25% 금리동결을, 시장은 9월 이후 50bp 금리인하를 상정) △글로벌 투자가와 EM 자산시장(글로벌 제조업 경기회복 지연과 중국 리오프닝 낙수효과 제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재정지출 및 부채한도 협상 난항) 사이의 세 가지 동상이몽은 ‘Sell in May’ 경험칙과 결합해 5월 국내외 증시 행보를 가로막는 역풍으로 기능할 개연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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