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한 노동조합들을 행정조사한다. 노동계는 정부가 노조에 회계자료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끝을 보겠다’는 기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브리핑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14조에 따른 재정 관련 장부·서류 등 비치‧보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42개 노조에 대해 21일부터 2주간 행정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노조 중 36곳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노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기타 노조는 각각 3곳이다.
앞서 고용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대형 노조 334곳을 대상으로 재정 관련 장부·서류 등 비치‧보존 여부를 자율적으로 점검하도록 하고, 그 결과와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후 42개 노조가 끝내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고용부는 이들 노조를 행정조사하기로 했다.
행정조사 결과, 장부·서류 등 비치‧보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노조에 대해선 과태료(100만 원)를 부과하고, 현장 행정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하는 노조에 대해선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57조에 근거해 별도 과태료(500만 원 이하)를 부과할 방침이다. 특히 행정조사를 폭행·협박 등으로 방해할 경우에는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를 적용해 형사처분할 계획이다.
정부의 강경대응에 노동계의 투쟁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앞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 장관을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노조법 제27조에 따라 행정관청이 노조에 요구할 수 있는 자료에 ‘회계자료가’ 포함되는지가 불분명한데 이를 요구하는 건 월권이고, 행정관청이 노조에 회계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해도 제27조 위반을 제14조에 따른 조합원에 대한 의무 위반으로 간주해 행정·형사처분하는 건 ‘부당결부’는 논리다. 노동계는 고용부의 행정·형사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 등 법률대응을 준비 중이다.
한편, 고용부는 기업 채용비리, 노조 고용세습·채용강요 등을 근절하기 위해 ‘공정채용법’ 입법도 추진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다만, 노조 고용세습은 단체협약에만 근거가 명시돼 있을 뿐 실제 적용된 사례가 없다. 따라서 공정채용법 입법은 일부 기업 단체협약에 존재하는 고용세습 규정을 폐지한다는 상징성 외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긴 어렵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고용세습이나 비리, 노동조합의 회계 불투명성,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고 현장의 특권과 반칙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