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은 평균 7명 증가…시장 침체에 수수료 '반토막'
해킹 등 시장 인식도 나빠져…실명계좌 발급 협의 지지부진
지방은행이 자금세탁방지(AML) 인력 투자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 계좌 계약을 맺고 지난 2년간 AML 인력을 늘려온 것과 대비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지표가 지방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에 관한 관심이 사그라든 걸 보여준다고 우려한다.
18일 국회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4월 현재 기준 지방은행 AML 평균 인력은 9.8명으로, 2021년 말 7.7명과 비교해 2명 늘었다. 은행별로 대구은행 10명→13명, 전북은행 6명→9명, 광주은행 5명→8명, 제주은행 2.5명→6명으로 증가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13명과 10명으로 변함이 없었다.
같은 기간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의 AML 인력은 21명에서 25명, 카카오뱅크는 51명에서 59명으로 증가했다. AML 인력이 평균 7명이 늘어난 것이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카카오뱅크는 코인원과 실명 계좌 계약을 맺었다.
AML 인력은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의 AML 능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특히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이 대표적인 자금세탁 수단으로 활용되는 만큼, 관련 업계 AML 인력 현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은행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 계좌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은행이 전반적으로 AML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행의 AML 인력 증가 폭은 가상자산 거래소보다도 적다. FIU가 반기마다 발표하는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상자산 거래소의 AML 평균 인력은 2021년 말 8명에서 2022년 말 11명으로 늘었다. 특히 원화마켓 거래소의 경우 AML 평균 인력이 17명에서 29명으로 12명 증가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AML 인력이 적은 건 해당 인력을 늘릴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가상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도 않겠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방은행들이 가상자산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계산기를 두드렸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거래소와 은행간 뚜렷한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방 은행으로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실명 계좌 계약이 실익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지난해 은행이 수수료로 얻은 수익은 139억 2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특히 지난해 고팍스가 실명계좌 발급은행인 전북은행에 지급한 수수료는 1900만 원에 불과하다. 또 지닥 해킹 사건·거래소 상장피 리베이트 사건 등 연이은 사건 사고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빠졌다.
대구은행은 거래소와 실명 계좌 계약은 물론,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접기로 했다. 관계자는 “홍준표 시장이 대구 지역에 가상자산 거래소 개설이 부적절하다는 발언이 있었고, 저희도 여기에 발을 맞추다 보니 현재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안다”면서 “당분간은 사업 재개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코인마켓 거래소로서는 마땅한 출구 전략이 없다 보니 가능할 때까지는 실명 계좌 계약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이다. 한 코인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원화 마켓을 해도 죽고, 안해도 죽을 것 같으니 해보고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