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놓고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다만, 양대 노동조합총연맹(노총)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비교적 정부에 협조적이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고용부의 재정 장부·서류 등 비치‧보존 이행 여부 자율점검 결과서 등 제출 요구에 81.5%가 응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제출률이 37.1%에 불과한 상황과 대조적이다. 한국노총은 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사정 합의’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노사관계 문제를 안전보건 문제와 분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후 20년 넘도록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한국노총의 태도는 ‘노총 선배’인 이정식 고용부 장관에게 ‘명분’을 주는 성격이 강하다. ‘협조할 것은 협조할 테니 노동계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이다. 한국노총 고위간부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에 따른 반노동적 노동개혁의 총대를 멘다는 데 대해선 걱정과 우려가 있다”면서도 “나름대로 면밀하게 진단해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 것이란 기대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계자료 미제출 노조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에 대해선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연대해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정식 장관을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정부가 노조에 회계자료 제출을 요구할 법적 권한이 없는데, 정부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월권이란 이유에서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모든 노동정책을 거부하며 투쟁 수위만 높이고 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과로사를 조장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 장관을 살인 예비음모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또 이날 서울 도심 투쟁선포대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 19일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5월 1일에는 서울 5만 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장외투쟁 일변도의 민주노총 대응을 놓고 범노동계 내에서도 ‘눈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노조 관계기관 관계자는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는 요구는 받으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해야지, 무조건 투쟁, 쟁의만 외치면 상대방도 명분이 없어진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