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이내 ‘숏리스트’ 후보군 능력ㆍ자질 상시 검증해야
이사회 독립성 위해 비공개 간담회 개최 의무화 제언
집중형 운영체계 도입으로 지주사 경영진 책임성 강화해야
5일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지주의 거버넌스(governance) 이슈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지주회사의 경영진 승계 절차 등 거버넌스 개선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이사회가 일상적으로 경영진을 감시할 필요는 없지만, 이사회가 경영진을 통할해야 하는 시점이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최고경영진(CEO)의 연임 결정이나 신규 선임에 관한 건”이라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롱리스트를 통해 다수의 경영진 후보군을 관리하다가 CEO 선임 전 숏리스트를 선정해 후보군을 좁히는 경영진 승계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내부 임원 및 외부 명망가 위주의 롱리스트를 형식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소속의 사외이사가 검색엔진에서 제공하는 정보 수준으로 후보자 대부분을 알고 있다면 경영진 승계과정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숏리스트 후보군을 선정해 상시 관리하는 방식을 개선안으로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은행지주 CEO의 경영 승계 계획과 관련해 거버넌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롱리스트 방식보다 예를 들어 3명 이내의 숏리스트 후보군을 우선 선정하고 후보군의 능력과 자질을 평상시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상시적인 접촉 및 의견 청취 등을 통해 후보자의 성품이나 업무 능력,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위기관리 대처 능력 등을 지켜볼 기회를 얻어야만 이사회가 제대로 된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만의 비공개 간담회 정기개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만일 인수·합병과 같이 회사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사전에 이해와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진행되다가 마무리 단계에서 안건으로 상정되고 이사회는 지엽적인 문제만 논의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익명성을 통해 심도 있는 토론이 이사회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 연구위원은 지주회사 운영체계를 책임소재가 분명한 ‘집중형’으로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집중형 운영체계는 그룹의 핵심기능을 지주회사 본부에 모두 집중시키고 각 사업부문에 대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자회사는 전적으로 영업에만 매진하고 전략, 재무, IT 등 제반 인프라 기능을 지주회사 본부에서 책임지게 된다.
국내 은행지주들은 지주회사 본부와 개별 자회사에 인적·물적 자원을 일정 비율에 따라 고르게 나누는 혼합형 운영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혼합형 운영체계는) 잘못하면 지주회사 경영진이 권한만 보유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지주회사 경영진의 책임성은 책임소재가 분명한 집중형 운영체계의 도입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집중형 모델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겸직 범위를 임원뿐만 아니라 직원까지 확대하고, 자회사 IT시스템 및 콜센터 등 각종 물적 기반의 실질적 통합이 가능하게 조치하는 등 제도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규모, 자본금 같은 하드웨어 측면보다 지배구조, 조직구조, 성과 중심의 문화, 리스크관리 등 무형자산의 가치에 좌우된다”며 “국내 은행지주들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조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한편 지주회사의 운영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