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지분 14.8%를 인수한다고 공시한 10일, A 씨는 장이 열리자마자 하이브 주식에 여유자금을 몽땅 털어넣었다. 그러나 20만 원을 넘겼던 주가는 현재 18만 원대까지 내려왔다. A 씨는 “하이브가 에스엠을 인수하면 명백한 호재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손실을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카카오 주주들도 지금 상황이 달갑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게 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는 “카카오엔터 상장은 명백한 악재다”, “카카오가 또 자회사를 상장하면 주가가 반 토막 날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의 인수 전쟁이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어떻게 결론 내릴지도 관심사다. 그런데 정작 인수 주체로 나선 하이브·카카오 소액주주들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에스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38% 내린 12만180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하이브가 공개매수 가격 인상에 선을 그으면서 낙폭을 키운 모습이지만, 여전히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12만 원보다는 높다. 현재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으면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12만 원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하이브가 10일 공시한 주식매매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이 보유한 지분 14.8%(352만3420주)를 4228억 원에 매입했다. 공개매수 물량 25%(595만1826주)까지 합하면 1조 원이 넘는 인수 대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하이브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030억 원, 유동 금융자산은 2212억 원이다. 최근 계열사에서 3200억 원을 추가로 끌어오긴 했지만 미국 자회사의 QC 홀딩스 인수 비용까지 고려하면 빠듯한 상황이다. 에스엠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에스엠 임직원들의 거센 반발과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능성도 하이브 주주들에겐 불안 요인이다.
카카오 주주들도 ‘딜레마’에 빠졌다. 하이브가 에스엠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카카오가 구상했던 사업 전략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카카오가 제3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등을 통해 에스엠 지분 9.05%를 취득할 때 내건 명분은 “전략적 제휴”였다. 카카오가 적극적으로 지분 인수에 나서면 명분은 흐려지고,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의 신주·전환사채 발행”이라는 이수만 전 총괄의 근거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더라도 주주 입장에서는 호재보다 악재에 가깝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간 카카오가 자회사를 잇따라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모회사 할인 논란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스엠 경영권 확보를 통한 실익은 카카오가 아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주가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