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약탈적 영업' 수위 높여
23일 은행 과점체제 타파 논의
'돈 잔치', '약탈적 영업'. 정부와 정치권의 잇따른 강공 드라이브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수술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의 이자 장사 등 폭리 구조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기존 정권과는 온도차도 확실히 다르다. 그동안 민간 금융사의 영업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벽에 막혀 왔지만 이번엔 정부에 훨씬 더 우호적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에도 불구, 은행들이 고질적 병폐를 고치지 않으면서 ‘대수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대통령의 발언으로부터 본격화된 것을 놓고 정치적 계산에 의한 관치금융이라는 논란도 만만치 않다. 또한 정부가 이번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강제적인 은행 재편을 공언한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과 진통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달 2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연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에서 “은행 산업 과점의 폐해가 큰 만큼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특단의 조치를 주문한 이후 첫 만남이다.
TF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금융위와 금감원, 은행권, 학계, 법조계,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데 은행 산업의 과점체제를 타파하기 위한 대책이 첫 날부터 본격 논의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TF에서는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을 비롯해 최근 문제가 된 성과급과 퇴직금 등 보수체계를 들여다보고 손실흡수 능력과 비이자이익 확대, 금리체계, 사회공헌 활성화 등을 전반적으로 손볼 예정”이라며 “6월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수술 부위’가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져서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17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의 영업 방식이 약탈적’ 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썼다.
이 원장은 “약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지금 (독과점 시장환경이) 정점에 와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정치권은 아예 은행의 공공성을 명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 16일 은행의 공공성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은행법’의 목적 조항에 ‘은행의 공공성 확보’를 반영하도록 했다.
은행에 대한 개혁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따라 금융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해외 사례와 비교해 주주가 있는 민간기업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는 지적과 공적 기능이 있는 은행에 대한 ‘관여’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충돌해 상당 기간 진통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