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떼던 SEC, 규제 내놨는데 코인시장은 ‘들썩’

SEC 새 규제안 내놔...‘제3자 자산관리인’제도 도입
일각선 가상자산 운용 비용 부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코인 가격 급등...관련 종목도 10%대 급등
“최악의 악재 가격에 선반영돼”

▲프랑스 파리에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 ‘라메종뒤비트코인’에 비트코인 로고가 보인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관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투자 규제 강화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관련 주식이 강세를 나타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SEC는 헤지펀드·연기금 등 투자자문사(RIA)들이 ‘자격을 갖춘’ 자산 관리인을 통해 고객 자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자산군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방안을 4대 1로 의결했다. 즉 가상자산도 전통 금융자산처럼 제3의 자산관리인을 통해 보관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 내 기관투자자들은 금융자산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제3자’ 금융사를 활용해 고객 자산을 관리한다. 이렇게 고용된 ‘제3자’ 금융사는 기관투자자들이 맡긴 고객 자산과 자사 보유 자산을 개별 관리해야 한다. 자산관리인에 재정적 문제가 발생해도 고객 자산에는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제까지 전통 금융자산의 경우 SEC에 등록된 시중은행이나 신탁은행, 선물중개업체 등이 ‘제 3자’ 자산관리인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유가증권으로 취급받지 못하면서 SEC의 현행 규정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SEC는 이번 규제안에서 고객 자산 ‘개별 관리’ 대상 자산을 ‘고객의 모든 자산’으로 명문화해 가상자산을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에서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의 사업 모델은 자격 있는 자산관리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FTX 사태다. 지난해 11월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는 고객 자산을 유용했고, 파산 후 고객들은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봤다.

SEC는 이번에 의결된 규제안을 2개월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규제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규제안이 발효되면 기관투자자들의 가상자산 관리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SEC의 규제안 발표에도 가상자산은 물론 관련 주식이 강세를 보였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이날 17% 넘게 급등했고, 마이크로스트래티지도 10% 넘게 뛰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오후 4시(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1% 넘게 오른 2만4610.34달러(약 3160만 원)를 나타내고 있다. 이더리움도 8% 넘게 뛴 1686.73달러를 기록 중이다.

가상자산 관리업체 아르카의 제프 도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장기적으로 어떤 규제도 산업 자체에 좋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업계 종사자 누구한테 물어보든 그들은 이미 미국의 모든 규제 관련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격에 반영됐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