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ㆍ일 조립 인력 감축 전망
한국, 투자ㆍ경영까지 노사 합의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 오토모티브는 미국이 자국 생산을 확대하는 것과 달리 한국 자동차 산업은 2005년 이후 해외 생산이 10배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강경 기조의 노조를 피해 자국 생산을 축소하고 해외 생산을 확대해 왔다고 평가했다.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과 일본에서는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먼저 내놓고 있다. 누구보다 유권자(노동계급)의 눈치를 살피기에만 급급한 독일 정당들이 직접 재단 형태로 운영하는 싱크탱크조차 암울한 현실을 담은 전망을 하자 독일 자동차 산업계는 침통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노동 집약적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연기관차에는 3만~3만5000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전기차는 1만6000~1만9000개가 들어간다. 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가 약 38% 줄어든다. 이 때문에 신차를 조립하는 데 필요한 인력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가 2만 명 규모의 해고를 추진 중이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생산 기본 구조마저 바꾸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뒤이어 BMW는 1만6000명의 인적 구조조정을 내놓고 점진적인 시행에 나섰다. 아우디폭스바겐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우디는 2025년까지 직원 1만 명을 감원한다고 밝혔고, 폭스바겐도 2021~2026년 사이 9500명을 감원키로 했다.
일본에서는 현재 91만 명이 자동차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만 명이 2030년까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2030년 중반까지 모든 신차를 전동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처럼 전기차 시대 전환에 맞춰 전통적인 기계기술 중심의 노동 집약적 자동차 산업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고 있지만,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철저하게 정년퇴직과 자발적 퇴사 등에 따른 자연감소에 의존 중이다.
노동조합의 입김도 거세다. 자동차 선진국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과 달리 우리 자동차 산업은 생산과 투자·경영전략까지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
기아는 화성공장에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공장을 추진하려다 노조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결국 노조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가까스로 착공에 나설 수 있었다.
이미 테슬라와 리비안 등 전기차 제조사가 노동 집약적 생산 구조를 벗어나면서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공장을 앞세워 생산 효율성과 제조 원가를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
재계는 물론 정치권조차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자칫 거대 노동조합의 기득권에 가로막혀 도약의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자동차 노조의 힘이 막강해진 시대 속에서 살고 있고, 이들(차 노조)의 기조가 노동계 전반을 주도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