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6조3000억 원을 쓸어 담았다. 이는 9년 만에 최고치다. 반도체주를 가장 많이 쓸어 담았으나, 최근 삼성전자에서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발표하면서 2월에도 이 같은 매수세가 계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6조3704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 2013년 9월 기록한 8조4790억 원 이후 9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1월 외국인 수급은 그야말로 전차군단 같았다. 개인이나 기관의 순매수·매도 여부와 상관없이 ‘사자(Buy)’로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순매도를 기록한 날은 10일과 31일 단 이틀이었는데, 10일의 경우 20억 원 수준이어서 사실상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매수를 반복한 셈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외국인들은 반도체와 자동차, 은행 관련 주를 순매수했다. 특히 경기 침체의 암운이 드리우면서 지난해 4분기 최악의 업황을 기록한 반도체주를 열심히 쓸어 담았다.
반도체 관련 대장 주인 삼성전자는 2조2221억 원, SK하이닉스는 6322억 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 밖에도 신한지주는 2644억 원, 하나금융지주 2256억 원, 현대차 2051억 원 순으로 사들였다.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 덕분에 수익률도 좋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일 장중 5만4500원을 저점으로 27일 6만4600원까지 올랐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7만3100원에서 9만2300원까지 강한 상승 모멘텀을 가져갔다.
신한지주도 1월 한 달간 18.04%, 하나금융지주 15.93%, 현대차 10.6% 등 외국인의 수급이 들어온 종목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외국인의 폭풍 순매수 행렬이 2월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향상된 것이 아닌 데다 과매수 국면으로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올랐다는 평가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콘퍼런스 콜에서 반도체 인위적 감산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해 감산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월 증시가 반등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외국인 수급에 의한 결과”라며 “외국인의 거래 비중은 고점 수준까지 상승했고, 수급에 대한 추가적인 기대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2월 주식시장은 그간의 기대와 불안이 실체화하는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1월 중 주가 반등이 거셌던 성장주, 대형주의 주가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