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금융권 제외, 총 15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2023년 주요 기업 원자재·공급망 전망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응답 기업의 42.7%는 올해 글로벌 원자재가격이 상승(매우 상승 4.7%, 다소 상승 38.0%)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2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는 기업은 29.3%였으며 다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28.0%였다.
원자재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28.1%)’와 ‘팬데믹 리스크 감소에 따른 수요 확대(28.1%)’를 가격 상승의 이유로 꼽았다. ‘미국 긴축 지속으로 인한 환율 상승 우려’도 26.6%의 기업이 상승 원인으로 지목해 불안정한 금융환경도 원자재 가격 전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 및 친환경 트렌드에 따른 신규 수요 증가(9.4%)’, ‘각국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원자재 확보 부담 증가(4.7%)’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원자재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이유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 예상’(54.8%)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락을 예상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경기 침체로 산업 수요가 감소해 원자재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본 것이다. 이어 ‘현재 원자재 가격 수준이 너무 높음(28.6%)’,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9.5%)’ 등이 가격 하락을 전망한 이유로 지목됐다.
기업들은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원자재 구매, 수입 관련 금융, 세제 지원(28.8%)’을 꼽았다. ‘환율·금리 등 거시경제지표 안정화(26.1%)’, ‘원자재 가격 및 수급 정보 제공(14.4%)’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상반기 공급망 여건은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 응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으나(62.7%), 악화될 것으로 보는 기업은 19.3%(매우 악화 0.6%, 다소 악화 18.7%)로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 18.0%(매우 호전 1.3%, 다소 호전 16.7%)보다 많았다. 기업들은 공급망에서 가장 우려되는 위험 요소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상승 등 원자재 가격 변동(29.2%)’과 ‘금리 인상, 환율 변동성 등 금융·외환의 불안정성(17.2%)’을 꼽았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올해 원자재 가격 변동을 가장 큰 공급망 리스크로 꼽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급망 불안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응답 기업의 13.3%는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해 해외에 있는 생산 및 사업 거점의 국내 유턴을 검토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대책으로 ‘공급처 다양화를 통한 재료·부품 조달(37.7%)’, ‘공급망 전담 조직 및 인력 강화(15.4%)’에 나서고 있었다. 가장 필요한 정책 지원으로는 ‘물류 애로 완화 및 운임 안정화 지원(28.2%)’을 꼽았다. 이어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거래처 정보 제공 및 지원(22.0%)’,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14.6%)’ 순으로 정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은 올해 가장 큰 공급망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 변동을 꼽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공급망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모니터링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