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주식시장에 '계란을 같은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바구니가 땅에 떨어지면 계란이 모두 다 깨지게 되는 것처럼 투자 자금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서 담듯 분산투자를 하라는 뜻이다. 증권시장에 이러한 격언에 걸맞는 종목들이 있다. 바로 TV 광고나 상품 등 주위에서 흔히 보거나 듣는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LG나 SK, 한화, GS, CJ, 두산 등의 지주회사들이다.이러한 지주사들은 각기 다양한 산업 분야에 속한 모회사나 자회사, 손자회사들을 두고 있으며 최근 주식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어 '도대체 왜 강세를 보이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본문
지난 1999년 지주회사 제도가 전격 허용된 이후 국내 지주회사의 수는 2004년 22개에서 2008년 9월 기준 60개까지 늘어났으며 이들이 보유한 계열회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자회사 포함)의 수도 599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또한 공기업을 제외한 대형 기업집단 중 LG, SK, GS, CJ, 금호, 두산 등 6개 기업집단이 이미 지주회사를 설립했거나 지주회사 전환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지주회사를 포함한 기업집단이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한 차례 거대한 파고를 겪은 이후 최근 시장의 안정과 함께 이들 지주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주목할 것을 주문하는 의견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지주회사란?
1990년대에는 대부분의 그룹들이 지급보증과 순환출자, 환상형출자를 통해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그룹전체를 지배하면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했었다.
이런 방만경영이 IMF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자금흐름이 경색되고 재벌그룹들의 지급보증과 순환출자에 의한 복잡한 피라미드식 출자구조가 계열사들을 도미노식으로 무너지게 했다. 결국 지급보증과 순환출자에 대한 폐단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런 폐단을 치유하기 위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등이 외자유치와 비주력사업의 분리매각과 관련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해법으로 지주회사를 권고하면서 정부에서는 지주회사 설립·전환 자체를 1999년 2월에 허용했다.
하지만 지주회사 요건이 까다로와 기업들이 선듯 나서지 못하다가 2001년 상법개정으로 분할제도 등(기업 구조조정 목적)을 도입하자 대기업 가운데 LG그룹이 가장 먼저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지주회사 요건 부분을 2007년에 대폭적으로 완화시키면서 SK, CJ그룹등이 지주회사로 탈바꿈하게 됐다.
◆지주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증권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주사들은 궁극적으로 지분의 소유를 통해서 보유 계열사들의 사업을 지배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경제적 속성이 각기 상이한 다양한 자회사들의 사업 및 재무환경이 반영되며, 이러한 관점에서 지주회사는 사실상 국내 각종 산업의 가치가 반영되는 시장의 거울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일종의 상징성은 지주회사의 시장 가치에도 잘 드러나는데, 지난해 10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지주회사의 주가 변동성은 급격히 확대된 바 있으며, 최근 한국 CDS Spread 하락과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지주회사 주가의 강세는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의 안정 기조에 따른 수혜주로 시장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지주회사를 추천하고 있다. 자회사들은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인해 이미 밸류에이션 부담이 더해진 반면, 지주사들은 여전히 NAV(주당순자산가치) 대비 할인율이 역사적인 고점 부근에서 머물러 있다는 점이 지주사 투자에 대한 대체수요로 작용할 긍정적 요인이란 분석이다.
또한 지난 7일에는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어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법안에는 지주회사 부채비율 200% 한도 제한 폐지 및 지주사 요건충족 유예기간 최대 5년으로의 연장,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소유제한 완화 등 규제완화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규제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지주회사들에 있어서 행위규제가 완화되고 지주회사 설립 조건 역시 완화된다는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주사 선택 기준은?
특히 각 지주회사간 주력 자회사의 업황이 지주회사간 주가의 차별적인 흐름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순수지주회사인 CJ와 SK를 중심으로 자회사 포트폴리오 분석을 해보면, CJ는 음식료업(CJ제일제당)과 유통업(CJ홈쇼핑)의 비중이 64.4%로 상대적으로 소비재 비중이 높은 반면, SK는 이동통신업(SK텔레콤)과 정유·에너지업(SK에너지)의 비중이 71.6%에 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위에서 언급했던 지주사 규제 완화와 관련돼 지주사 규제의 영향으로 지주사 전환이 불가능했거나 자회사 가치 반영 상에 일종의 걸림돌이 존재했던 회사들에게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망 지주사는 어디?
신영증권은 지주회사 중 매크로 안정에 따른 최대 수혜가 예상되는 CJ와 지주회사 규제 완화시 큰 모멘텀이 예상되는 한화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자회사의 실적 개선과 저평가 매력을 보유한 다우기술, 안정적인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SK 역시 투자가 유망하다.
CJ투자증권은 투자의견 '매수A(신규)'와 목표주가 6만4000원, 한화는 투자의견 '매수B(유지)'와 목표주가 4만6000원(상향), 다우기술은 '매수B(신규)'와 목표주가 1만2500원, SK는 투자의견 '매수A(신규)'와 목표주가 15만6000원을 제시했다.
솔로몬투자증권은 지주사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하고 최선호주로 한화를 제시했다. 최근 금융시장 안정에 따른 수혜와 저평가된 비상장 회사들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최선호주로 LG(매수, 8만원)와 SK(매수, 14만원), 두산(매수, 16만원)을 제시했으며 우리투자증권은 LG(매수, 6만7500원), CJ(매수, 5만3200원), GS(매수, 3만9000원), SK(매수, 13만2000원), 삼성물산(매수, 5만5000원), 두산 등을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