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여 주휴수당을 포함해서 시급을 정해야 할 사정이 있다면, 최소한 근로계약서에 기본시급과 주휴수당을 구분하여 명시하고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연장/야간/휴일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얼마를 기준으로 산정할 것인가. 근로자 입장에서는 ‘시급은 1만2000원이다’라고만 기재된 근로계약서를 보고 주휴수당은 따로 지급되고 연장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등은 1만2000원을 기준으로 산정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근로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사장님의 속마음(최저시급 기준, 주휴수당 포함)은 인정되기 어렵다. 우려를 섞어 구체적으로 명시하라고 권하였는데, 흔히 들을 수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까지 적을 필요 없어요. 원래 잘 아는 분이고, 어디다가 신고하고 그럴 분이 아니에요.” “상식적으로, 이렇게 간단한 알바인데 시급이 1만2000원이니 다 포함된 것으로 이해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상식은 사람마다 다를 때가 너무 많고, 근로계약서는 ‘그럴 분’과 ‘아닐 분’을 구분해서 달리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여 교부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일차적인 목적은 당사자 간의 권리와 의무를 합의하고 그 내용을 명확히 남겨 갈등과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니 계약서는 전후 사정을 모르는 제3자가 보아도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간결함을 추구하다 지나치게 추상적인 내용만 적은 계약서, 완곡하게 표현하다가 또는 어떤 의도를 숨기기 위해 애매모호하게 표현된 계약서, 주술 관계마저 어긋난 문장으로 채운 계약서가 생각보다 많다. 계약서 곳곳에 뚫린 빈 구멍은 각자의 속마음으로 메운다. 그러고는 서로 말을 바꾸었다, 뒤통수를 쳤다며 억울해한다. 행간을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계약서는 잘못 쓴 것이다. 이심전심은 없다. 동상이몽은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소라 노무법인 정상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