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적극적인 구인에도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이 지난해 3분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미충원된 일자리 10개 중 6개는 현장 경험이 없어도 되거나 학력 수준이 높지 않아도 되는 저숙련 직무인 것으로 파악됐다.
충원되지 못한 저숙련 직무는 주로 단순 생산직이 많은 제조업과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서 많았다. 급여, 근로 환경 등 고용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저숙련 직무에서 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본지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1인 이상 사업체에서 적극적으로 구인했음에도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내국인·외국인 포함)은 18만5000명으로, 2010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7만7000명의 내국인 미충원 인원 가운데 23.8%는 경력·학력·자격증 유무를 묻지 않는 '직능 수준 1'에 해당했다. 직능 수준은 직무 수행 능력의 높낮이를 말하는 것으로, 전문기술이나 고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일수록 직능 수준이 높다. 직능 수준 조사에서는 외국인근로자가 제외된다.
또한, 미충원된 일자리 중 40.4%는 1년 미만의 현장 경력, 기능사 또는 이에 준하는 자격, 고졸 수준의 업무 능력이 필요한 '직능 수준 2-1'이었다. 1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일손을 구하지 못한 자리의 64.2%는 현장 경험이 적거나 학력 수준이 높지 않아도 되는 '저숙련 직무'였던 셈이다. 직능 수준 1과 2-1에 해당하는 미충원 일자리는 1년 전 같은 분기보다 46.7% 급증했다.
미충원 일자리 가운데 학력을 기준으로 전문대졸 수준인 '직능 수준 2-2'는 18.4%(3만3000명), 4년제 대졸 또는 석사가 필요한 '직능 수준 3'은 16.3%(2만9000명), 박사급 인력이 필요한 '직능 수준 4'는 1.1%(2000명)였다.
미충원된 저숙련 직무 일자리는 주로 제조업과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서 많았다. '직능 수준 1'에 해당하는 미충원 인원은 제조업이 37.0%로 가장 많았고, '직능 수준 2-1'의 미충원 인원도 제조업이 가장 많은 27.4%를 차지했다. 미충원된 일자리 중 저숙련 직무로 보면. 제조업이 31.0%로 전체 산업 중 가장 많았으며, 1년 전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47.6% 증가했다. 규모별로는 미충원된 저숙련 직무의 95.5%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저숙련 직무에서 충원되지 못한 일자리가 많은 이유는 근로 환경과 처우가 열악한 직무일수록 기업이 제시한 조건이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해서다. 고용부가 기업·근로자 등 사업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미충원 사유를 조사한 결과, 직능 수준 1에서는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4.4%로 가장 많았다. 직능 수준 2-1에서는 '사업체에서 제시하는 임금수준 등 근로 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1.4%에 달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 현황: 미스매치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산업 미스매치는 이전보다 악화됐다"며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가 주된 원인일 경우, 빈 일자리 수 대비 구직자 수가 적은 산업을 중심으로 여타 산업들로부터의 구직자 유입 촉진을 위해 임금 및 근로조건의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올해 신입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4년 대졸 학력의 구직자 66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대졸 신입 희망 연봉은 평균 3540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3300만 원)보다 7.3%(240만 원) 높아진 수치다. 대기업 준비생의 희망 연봉은 4040만 원이었고, 중소기업은 3000만 원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