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9일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던 풍자 작품들을 철거한 것을 두고 충돌했다. 야권이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반발하자 여권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 모독”이라고 맞섰다.
민주당 소속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 12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사무처가 오늘 새벽 기습적으로 전시작품 80여 점을 무단철거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12명의 의원이 주관한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 30여 명의 정치 풍자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전시 작품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체로 김건희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모습 등이 담긴 작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 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 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 권력을 신랄하고 신명 나게 풍자하는 것이었다”며 “탈법·위법·불법·주술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을 한데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며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라도 의장은 작품이 정상적으로 시민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철거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사무처 내규에 따르면, ‘사무총장이 다음 각 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회의실 및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또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제6조 5항)’라는 조항도 담겼다.
여당은 ‘저질 전시회’라고 규정하고 야당을 비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후 구두 논평을 내고 해당 전시회에 대해 “정치풍자의 수준을 넘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야당 의원을 향해선 “저질 전시회를 공동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의 처신도 한심하다”며 “정도라는 것을 망각한 채 자극적 요소만을 살려 선전 선동하는 못된 습관을 버리기 바란다”고 했다.